밤에만흐르는마음
밤에만흐르는마음 이곳에 살며 받아누리는 감사함 중에 가장 좋은 감사함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인적이 드물다는 것, 들짐승들의 발자욱 소리, 날짐승들의 노래소리, 폐부 깊숙히 들어마실 때마다 정신을 맑히는 공기 밤하늘 별들의 속살까지 다 드려다 볼 수 있다는..
19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64|2003-09-23
"한계를벗어나지못하는일"
"한계를벗어나지못하는일" 배부른 소리 같겠지만 온 땅을 뒤흔들었다는 무서운 태풍도, 지리한 장마도 내 마음을 뒤 흔든 혼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요동함없이 돌아가는 지구의 축처럼 지금까지 내속에 나는 아주 단단한 축으로 돌아가고 있 었으니요 어릴..
18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73|2003-09-20
엄살피우지마라
엄살피우지마라 사람만 힘들다 엄살 피우지 마라 제몸위해 갈기갈기 찟기운 나무뿌리를 보라 음습하고 칙칙한 깊숙히에서 노동의 눈물을 모아 제 살 가지에 실어다 주는 뿌리를 보라 나무가 크게 웃는 소리를 들어보..
17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528|2003-09-19
지우개 밥
귓 속에 잉잉거리는 삿대질 소리에 내 마음이 놀라 어지럼증에 그자리에 그만 주저앉았습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고 염려스럽게 부축이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큰 학생을 보며 어쩌면 이 큰 아이가 나보다 마음 키가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피..
16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655|2003-09-17
소 묘
여름 내 허물 벗었다 허연 백태가 끼고 그렇게 입안에 허물 몇 차례 벗기고 나니 가을이란다.. 그늘 드리운 아름드리 나무아래 앉았다 제법 기운 쎈 개미들 왠 기둥이냐 하고 올라오고 ㅋㅋ 하루 해가 모자란 듯 엥엥 거리던 벌들도 서서히 제..
15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460|2003-09-14
바다물고기세상물고기
바다 물고기는 짠 물에 살고 있지만 짜지 않습니다. 곰곰히 이유를 생각 해 보았지요 모든 것에 굳이 과학적 용어로 삼투압 작용..이런저런 말하지 않아도 짠기는 우선으로 배어들기 마련인데 말이지요.. 반질반질 물고기 비늘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
14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709|2003-08-25
내가詩人이지못한이유
내가 詩人이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의 고해를 넘나들며 詩語 낚시질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기야 배워야 되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배움보다는 순수 감성이 없는 탓 일 수 있겠다 어쩌다 입질로 낚아 챈 글자....그것은 글자에 불과했다..
13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548|2003-08-23
내게도흔들리는날없지않았지
나무는 제 살아온 나이 만큼 나이테를 두르며 나이를 먹는다는데 숲 속 길 가에 그루터기로 남아버린 나무를 보면 살아있을 때와 또 다른 모양으로도 좋다. 가슴에 작은 물 파장이 번져간다. 늘 그랬듯이 만족함 보다는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으로 세월을 맞는다. 사람이 ..
12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365|2003-08-22
영혼을내어말리는중
고기를 말리는 방법 중에 기억에 남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 청어를 말리어 부르는 이름이 과메기이다 청어를 말릴 때 바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얼렸다 녹였다 하며 자연 건조를 시켜 적당히 발효시킨 것이 맛있다고 하는데 해풍에 밀려오는 짠기운과 햇살의 조화 로..
11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517|2003-08-21
뭐라말하겠는가내가호박꽃인걸
오래전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나더러 쉽게살라한다 나더러 요령을 피우라고 방법까지 가르쳐 주더라 그래.. 내 그랬다 까닭있어 벌어지는 일 고요히 맞겠노라고 보다 큰 내 시야를 잃고 싶지 않다고 세상 모든 일 너무 쉽게 일어난다 헌데 내게는 참 어렵더라 소위 말해 융통성..
10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378|2003-08-19
슬픈..방사선치료
방사선 치료를 준비하느라 아무도 없는 차가운 공간에 누웠다. 맨 몸뚱아리 벗기운채로 희다못해 형광빛이 도는 얇은 천하나 덮고서... 여러명의 의사들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새파랗게 젊은이들... 그들앞에서 하나의 고깃덩어리로 누웠다. 차라리 눈을 감자. 차라리 ..
9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612|2003-08-18
사랑비雨
도서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늘 곱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마다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보이지 않는 그림쟁이가 오늘은 손끝에 하늘 물방울을 적셔 훌훌 세상을 향해 떨궈 내는지 눈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8편|작가: 밥푸는여자
조회수: 1,383|200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