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늘 곱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마다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보이지 않는 그림쟁이가 오늘은 손끝에 하늘 물방울을 적셔 훌훌 세상을 향해 떨궈 내는지 눈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흙 내음에 묻어나는 향이 어찌 그리도 신비로운지요 키가 멀쑥히 큰 소나무 일곱 그루 아래로 키 작은 소나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 곳에 모인 모양새가 마치 소나무 마을을 이뤄 눈내리는 한 겨울 에도 외롭지 않게 추위를 잘 이겨 낸 것 같습니다. 모여 산다는 일이 나무나 사람이나 같은 것 같습니다. 넓은 운동장 잔디위에 수백마리의 거위들이 한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아 먹고 있습니다. 신기 하게도 누가 먼저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일초의 시차도 나지 않게 일제히 방향을 바꾸어 돌아 서는 것을 보며 거위의 몸짓과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마음 코드가 맞아 한 마음을 품고 사는 마을이 있다면 보기가 아주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안개비는 가까이 할 수록 보이지 않고 멀리 할 수록 더 선명히 보이는 것입니다. 사랑도 그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확연히 보여지는 그런 소나기는 시원스레 씻겨 내려가거나 잠시 갈증 난 목만 축여 줄 뿐 땅 속에 스며 들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리는 안개비에 산천 초목은 푸르름의 빛을 더해가고 땅은 젖어 버린다고 하지요. 마음을 나누는 사랑도 이와같아 소리도 없이 느릿느릿 촉촉히 내려 온 마음과 몸을 푹 적시는 안개비 같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