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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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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밥


BY 밥푸는여자 2003-09-17

  귓 속에 잉잉거리는 삿대질 소리에 내 마음이 놀라 어지럼증에

  그자리에 그만 주저앉았습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고

  염려스럽게 부축이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큰 학생을 보며 어쩌면

  이 큰 아이가 나보다 마음 키가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사람,  키 만큼 마음 키가 

  크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이지요.   우웩거리며 생각했습니다.

  힘들게 맺힌 눈물도 토하기 힘들어서요 이 어지럼도 혼란스러운

  머리 때문이지 몸 때문은 아닐꺼라 생각했습니다. 목구멍이 아프

  도록 노오란 물까지 토해내도 시원치 않은 생각이라 말입니다.

 

  책상 밑으로 무릎을 꿇고 턱을 책상에 고이고 멀뚱하니 있으니 

  보이는 것은 책상위에 뒹구는 지우개밥입니다. 사실이 아닌것 

  잘못 된 것을 지운 지우개 밥이 말이지요.  재밌는것은 지우개

  밥이 수두룩한데 그 아이들 답은 여전히 틀렸다는 것입니다. 

  참 재밌지요... 틀려서 지운 것인데 또 틀렸어요 학생은 맞았을

  꺼라는 안도감에 히..   하고 웃더라구요. 


  살아오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삶의 지우개를 사용했을까요 

  정작 맞은 것은 틀렸다 지워대고 틀린 답 다시 지워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틀린 답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마음의 책꽂이에

  꼽힌 생각들 마음의 책상위에 꺼뭇꺼뭇 뒹구는 삶의 지우개 밥들...

 

  헌데 말입니다. 

  내 가르치는 문제는 정답지가 내 손에 있다는거 아닙니까.. 

  때론 가르치는 나도 몰라 정답지 살펴보면 

  아... 하고 과정이 금새 떠오른다는거 아닙니까...

 

  헌데 말입니다. 

  삶의 방정식에는 답안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대의 책 어디에선가 그대가 그랬던가요.. 

  신은 만물 속에 있는 생명력이며 

  신은 만물 속에 깃든 예지 어린 지혜라며..

  신의 마음이 움직여 질서를 낳고 그것이 법칙으로 나타난다고.. 

  우리가 하고있는 일을 남김없이 알고 계시지만 우리를 벌 하지 않는다고..

 

  어쩌면 우리 마음에 양심의 법칙이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심판을 내리겠지요. 그분의 이름 더럽히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우리의 삶들이 그 분이 인도하시는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바보스런 나는 허공에 눈짓 마음짓 다해가며 하루를 

  접습니다. 그래도 깨닫지 못해 놓쳐지는 지혜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분의 지혜로움의 작은 가지

  라도 속마음에 두고 싶은 마음에 빈 하늘을 보며 허덕였습니다. 

  내 마음의 눈이 어두워서 다른 길로 가지 않길 바라며 말입니다.

 

  더 더욱 오늘 같은 날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