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색 빛 새벽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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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색 빛 새벽바람에
땀수건
목에 걸고
만 보(萬 步)의
첫 발 띠엄으로
성큼 성큼
발걸음이 가볍다
손바닥만한
한 떼기
밭고랑 옆으로
장대처럼 서 있는
강냉이 나무 잎이
옷깃을 스치며 아삭거린다
양쪽 풀밭에서
벌레들의
첫 새벽 기상 노랫소리!
잠을 설쳤다고
앙잘 앙잘 울어대는
여러 중창의 화음 소리소리 !
어제 밤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는 행인에게
일러바치고 싶어
여러 음색으로
목청껏 소리 재기를 한다
풀 섶
돌 자갈 틈새기에서
귀뚜라미
쓰르르 ~ 찔~ㄹ . . 쓰르르 ~ 찔~ㄹ
끊임없이 울어대고
쏘르륵 쪽쪽쪽. . . 쏘르륵찍찍
쫑알대는 여치소리!
이름 모를 벌레들의
하소연 폭발에
귓속이 어지럽다
땅 속에서
지렁이들의
엉클어진 부대낌으로
스르르 지르르 . . 스르르 지르르
꿈틀거리나보다
내 몸이
한 자 밤으로 조여들어
오금이 저려 와
기분이 별로다
이슬을 걷어차고
풀 밭 길을 걷노라면
발 밑에
지프래기 잎줄기가
지렁이로 착각하여
섬짓 섬짓 놀래킨다
그 길을 다시 걷노라니
진짜 누가 밟았나 ?
실뱀이 밟혀있구나
2001 .8 .9 .
예당 장경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