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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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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뺨을 치는 효자 아들


BY 일필휴지 2010-05-18

딸은 이미 2005년부터 ‘서울사람’이 되었다.

지난 2월에 대학을 졸업했으나 대학원 진학

준비 관계로 여전히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면 아들은 집에서 대학을 다녔고 군 복무 또한 이곳에서 마쳤다.

그러나 졸업 전에 취업에 성공하고 보니 아들 역시

이제는 수도권의 직장에서 칩거(?)하게 되었다.

하여 집에는 이제 우리 부부만의 휑뎅그렁한 나날이다.

이를 의식한 ‘효자’ 아들은 이틀이 멀다고 전화를 해 온다.

“집에 별 일은 없으시고요?”

“엄마의 건강은 어떠세요?”

그러면 집 걱정은 말고 네 건강과 직장일에나 충실하라고 이른다.

그렇지만 기실 속내는 나라고 하여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정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격무에 바쁠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효심을 발휘하는 아들이 정말이지 사무치게 고맙다는 것이다.

엊저녁에도 전화를 걸어온 아들은 역시도

나의 건강까지를 물어 새삼 그렇게 고맙고 미덥기 그지없었다.

“근데 목소리에 왜 힘이 없으세요?”

“응, 몇 일 전부터 이가 아파서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자 아들은 용수철처럼 반응했다.

“저런! 제가 돈 벌어서 아빠 치아를 튼튼하게 해 드릴 게요.”

순간 말이라도 고마워서 숨었던 기운까지 벌떡 일어섰다.

“그럼 악어처럼 강한 이빨로 만들어 줄래? ^^”

“하하하~ ^^”

그 와중에도 아들과 농담까지 하고 나니

아팠던 치아마저 순식간에 어디론가 도망간 듯 했다.

그제 간 점심의 식당은 간판이 특이하여 한 번 가면 안 잊혀지는 집이다.

이가 아파서 제대로 먹지는 못 했지만.

<심청아 배고파!>라는 상호의 프랜차이즈 식당인

이 집의 대패 삼겹살은 1인분이 고작 2,100 원이다.

봉사 심학규와 부인 곽 씨는 지성을 드려

일점혈육인 금지옥엽 심청을 낳았으나 곽 씨는 바로 죽고 만다.

심봉사는 이후 동냥젖을 얻어 먹여가며 어린 심청을 키운다.

그러니 심봉사의 평소 고군분투와 배고픔이야 어찌 이루 형용할 수 있으랴.

아무튼 이를 응용하여 마케팅과 상호로까지

접목한 이의 절묘함은 무릎을 치게까지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조만간 처조카의 결혼식이 있어 아들과 딸 모두 집에 올 것이다.

그날이 어서 와서 더욱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고 싶다.

내게 있어 아들은 심청의 뺨을 칠 만치의 지극한 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