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화분이 두 개 있었다.
두 개의 화분은 수문장이었다.
카페로 들어가는 문 입구에 수문장들은 생명을 다한 사철나무를 키우려 애쓰고 있었지만
나무는 이미 세상나무가 아니었다.
그나마 한그루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는데
그 화분은 뿌리의 힘으로 조각조각 갈라져 금방이라도 진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았다.
이 세상나무가 아닌 나무는 뽑아내 한련화를 잔뜩 심었고
갈라진 화분은 철사 줄로 묶어서 나무 가장자리로 한련화를 돌려 심었다.
한련화 꽃은 빨간 주홍색, 나도 주홍색, 나는 주황색, 노랑이 섞인 주황색,
진 노랑색, 희끄무레한 노랑색으로 피어나 화려했고 화사했다.
연잎을 닮은 잎은 빗방울이 또로록 구슬처럼 굴렀다.
카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석 달 동안 쉴 새 없이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세상을 하직하려 한다.
아직도 꽃이 몇 개씩 달려 있고,
연잎 닮은 잎이 맘에 끌려서 이들 사이에 뭔가를 심을까 연구를 하다가
잔디밭에 키다리로 서 있던 개망초꽃을 뽑아 한련화 사이사이에 심었다.
한련화꽃에 개망초꽃을 심으니 꽃이 만발한 언덕위에 하얀 집이 됐다.
난 그곳에 주인이 되어 야생화가 지멋대로 피고 지는 들길을
리본 달린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집시치마를 입고 사뿐사뿐 걷는다.
걷다가 토끼풀꽃을 만나 쭈그리고 앉아 네잎을 찾아보지만
행운은 찾지 못하고 세잎만 찾아 언덕으로 올라오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혹시나 그 어떤 사랑이 찾아올까 해서…….
그러다 손님 오는 소리가 들려 현실로 돌아와 카페로 후닥닥 달려간다.
딸아이와 전단지를 만들어 건널목에 서 있는 가로등과 버스 정류장에 붙이고
일주일이 흘렀다.
공치는 날이 태반이던 카페는 공치는 날은 없어지고
하루에 세 테이블 이상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너무 예뻐요. 지나가다가 예뻐서 들어왔어요.”
“버스 정류장에 전단지 보고 왔는데, 너무 맘에 드네요.”
“학교 엄마들 모임을 여기로 할까해요. 커피 값이 싸서 집에서 모이려다가 온거에요.”
“생과일주스 맛있다. 어떻게 만들었어요?”
“얘들아? 여기 냉커피 죽여주게 맛있어.”
오셨던 손님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한번 오신 손님이 다시 오게끔 최대한 친절하게 과일이나 커피를 아끼지 않았다.
어느 카페에서나 흔하게 주는 과자를 내 놓았을 땐 반응도 없고 남기더니
쌀 과자를 내 놓았더니 “어머! 쌀 과자다.” 하면서 남기지 않았다.
과일이 맛이 있어야 생과일주스가 제맛이 난다.
며칠에 한번씩 카페 앞으로 지나다니는 과일장사가 있다.
엄마와 딸이 트럭에 싣고 다니는데 싸기도 하면서 완숙토마토라 맛이 차지다.
손님의 대부분은 토마토 주스를 선호한다.
과일주스 가격을 두 가지로 하려고 한다.
토마토는 저렴한 과일이라서 많이 받지 않아도 된다.
비싼 과일은 오백 원 더 받을 생각이다.
가격을 저렴하게 낮춰서 다섯 분이 올 손님을 열 분이 오시길 바란다.
커피 값이 밥값과 비슷해서 카페에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다는 걸
나도 주부이기에 그걸 안다.
여유 있게 차를 마시며 꽃도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외롭고 쓸쓸한 카페보다는 손님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개망초꽃은 쓸모가 없는 잡초일 뿐이다.
뽑아내도 다시 싹이 올라 와 밭만 망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우리나라 들꽃이 아닌 귀하식물이다.
그래도 우린 개망초꽃을 보면 고향의 척박한 밭이 떠오르고
여름 들판에 삐쭉 큰 이 꽃을 보면 이름은 몰라도 “아~! 그 계란후라이꽃” 한다.
개망초는 쳐다보지 않아도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하얗게 하얗게 손을 흔들어 준다.
카페 주인인 친구는 뭐든 안 된다고 했다.
커피 값을 내리자 해도 그렇게 해도 손님은 오지 않을 거라 했고,
과자를 색다른 것으로 바꾸자 해도 대꾸도 안하고 똑같은 커피 과자만 사 왔다.
커피를 판다는 간단한 간판을 만들자고 해도 들은 척 만척 하더니
손님들이 오시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 줄 몰랐는데
창문에 써서 붙이고, 칠판 간판을 보고선 카페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친구는 꽃도 화원에서 파는 흔하면서 오래가는 꽃을 심자고 할 때
나는 들꽃을 구해다 심고, 어릴 적에 본 꽃씨를 뿌려서 심었더니
자연스러우면서 카페 분위기와 조화를 잘 이룬다면서 손님들은 꽃을 한참씩 들여다본다.
개망초꽃을 보고 어떤 손님이 물었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 네에~~! 그 꽃이구나 길가에 흔한 꽃, 근데 너무 잘 어울리고 예뻐요.”
나이가 들수록 아줌마들은 들꽃을 좋아하고
어릴 적에 본 꽃을 보면 마냥 반갑다.
화원에서 흔하게 파는 꽃이나 어느 카페나 흔하게 심은 꽃은 눈길이 덜 간다.
아줌마들은 도라지꽃이나 코스모스 꽃이나 끈끈이대나물 같은 꽃을 좋아한다.
나의 카페는 아줌마들이 몰려오길 바라는 커피를 싸게 파는 곳이다.
그리고 꽃은 팔지 않고 어릴 적 향수를 파는 곳이면서
막연한 그리움을 안겨주는 곳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