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언제나 식사 시간이 늦다. 내가 아침 잠이 많아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은 점심과 늦은 저녁이 당연하다. 저녁밥을 앉히려는데 전화가 온다.
막내딸아이네 식구가 우리 집 이웃의 동물병원이 단골이라서 예방접종 차 왔다고.
"엄마네 저녁 안 드셨지요. 저희들 지금 갈 테니까 같이 저녁 드세요."
갑자기 오지 않았어도, 그들은 나에게 식사를 준비하게 하지는 않는다.
"아빠. 오랜반만에 바람도 쏘이고 나가서 먹지요."
"그러지." 웬 일일까. 영감은 번잡스럽다고 외식하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었으나, 어느새 외출복을 찾고 있다.
"그래요 그래요. 늦었으니 전에 갔었던 성북동으로 가요. 괜찮죠?" 딸아이가 어린아이 같이 방방 뛴다.
영감과 딸은 또 비냉으로 사위는 특제갈비탕을, 그리고 나는 오랫만에 오색만두를 주문했다. 그리고 메인으로 푸짐하게 각종 모듬 전이 차려졌다.내 앞에는 색갈도 고운 여섯 개의 만두가 놓였다. 누구랄 것도 없이 시장할 시간이니, 모두 삽시간에 그릇을 비운다. 젊은 식구들은 굳이 커피타임을 갖자 한다. 나만 커피를 사양하고 일어서려니, 10시를 가르키는 시계가 요란스럽게 울어댄다.
오늘은 당신이 계산을 하라고 집에서 코치를 했더니 영감이 더듬더듬 카드를 찾는 동안, 잽싸게 딸이 사위에게 눈질을 하고 계산을 하고말았다. 커피점에서는 각 사람마다 기호가 달라서 영감이 계산타임을 놓쳤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사위와 딸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영감이 좋아하는 단팥빵과 소라처럼 머리를 멋지게 틀어 소라빵 등을 한 가방 채워서, 이미 계산을 끝내고 돌아섰다. 영감의 며칠간의 간식이란다.
미안한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이 앞서니, 나는 언제나 철이 들꼬. 다음에는 우리가 쓰자 해도 언제나 밀려난다. 아무튼 영감이 고집을 부리지 않아서, 오늘의 외식은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가끔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하실의 방세가 밀리지 않고 잘 나온다면 가끔은 아니 자주 이런 시간을 보내도 좋으련만. 심심잖게 속을 썩이니 요참에 전세로 놓았다. 이~잉. 내 용돈을 도둑 맞은 기분이다. 어느 해 청계천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