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
이제 한 10살쯤 되보이는 감나무잎사귀 옆구리에
열매를 준비하기 위해 꼭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는 날씨가 흐려서 5월의 첫날이 4월의 연장선이었지만,
오늘의 밝은 햇살은 5월이 찬란한 여왕의 달이라는 확인을 시켜준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 티뷔 토크쇼에서도
예비신혼부부나 신혼커플이 나와서
화려하고 예쁜 웨딩사진과 비디오들을 소개한다.
문득 도련님의 결혼식 때 참 예뻤던 동서 생각이 난다.
지난 어머니제사 때 가져왔던 그들의 웨딩앨범도 떠올랐다.
고귀하고 기품있는 드레스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처럼
얌전하고 깔끔하게 머리를 했던,
탤런트 김미숙처럼 지적인 차분함이 느껴졌던,
우아한 자태의 신부였었는데.
한컷,한컷마다 다른 웨딩드레스에 다른 헤어스타일,
웨딩영화포스터처럼 다정하고 고풍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사진들,
요즘 사진기술은 어쩜 그렇게 그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는지.
정말 평생에 한개쯤 가지고 있을만한 작품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할 때도 웨딩앨범은 있었지만,
나자신이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엄마의 최대한 아껴서 결혼식을 치루자는 언어폭력(?)에
꼼짝도 못하고 싸구려 웨딩드레스에,
웨딩앨범은 침만 꿀꺽 삼킨 채, 결혼을 해야했던
약간은 초라했던 내 결혼이었다.
예쁜 웨딩드레스에 품격있는 웨딩앨범 한점을 갖고 싶은 소망은
신혼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
결혼5주년때 하자고 했던 내말에
남편은 10주년때 만들자고 했었는데,
이제 2년 9개월이 남았는데,
그가 했던 말을 남편은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또 5년후로, 10년후로 미루어지겠지.
한시라도 젊을 때, 잔주름이 더 생기기 전에 했음하는 것은,
여자로써 느끼는 본능일진대,
8살,6살 한창 귀엽고 예쁜 두 딸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우리의 들러리를 설수 있을때 해야 될터인데.
내 소망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지...
싱그러운 5월에 난 또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