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우에노공원
우에노공원은 십수년 전이나 현재나 변함이 없었다.공원 입구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노(老)화가나, 파출소 초소에서 길 잃은 여행객에게 친절하게 손짓발짓으로 안내를 하는 미소를 머금은 순경이나, 그리고, 호기심으로 기웃거려 봤던 성인극장의 간판......일요일 한낮의 햇살은..
7편|작가: 한길
조회수: 1,665|2004-12-21
[에세이]동경 흐림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비라도 한 줄기 뿌릴 듯하더니 오후가 되어서야 한 방울 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린 날은 왜 이리도 외출하기가 싫어지는 지. 신주쿠에서 일본 친구들을 만나 마신 술이 일요일 하루종일 취하게 만들었다. 생각같아서는 가까운 곳에라도 가..
6편|작가: 한길
조회수: 1,742|2004-12-20
[시]아내는 밤 근무 중
삼교대로 타인의 죽음을 지켜주는중환자실의 산소는 탁하다.가벼운 산소 속을 둥둥 떠다니는 영혼들은살아 있으나 죽은 깃털과도 같다.몸에서 빠져 나온 깃털을 데려가려는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감시하는 간호사,아내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깃털과 그림자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근무..
5편|작가: 한길
조회수: 749|2004-10-03
[에세이]자루
사람마다 꿈을 담은 자루를 이고 삽니다.욕심 같아서는 자루 한 가득 꿈과 욕망을 채웠으면 하련만, 채우면 채울 수록 어깨가 결리도록 고달파지는 것은 적당한 꿈을 담지 않고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겠지요.나에게 맞는 자루를 선택해서, 긴 삶을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꿈을 꺼내 ..
4편|작가: 한길
조회수: 714|2004-10-03
[에세이]살아온 날
새로 산 휴대폰에 재미있는 메뉴가 있었다.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이 일(日)로 계산되어 있었다.2004년 10월 3일 현재, 내가 살아온 날이 14255일이나 되니 정말 많은 날을 살아왔구나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4255일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생각해 보면 하루..
3편|작가: 한길
조회수: 747|2004-10-03
[노트]불혹의 불장난
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꿈도 많이 꾸었던 학창시절, 시인이 되고 싶었고, 화가가 되고 싶었고, 괜히 뒷동산에 혼자 올라 사색에 잠기고, 풀잎을 따서 일기장에 끼우고 하던 마음 한 켠 늘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으로 쓸쓸해 했었습니다.잠시 선잠에서 깬 듯한데 벌써 마흔이라..
2편|작가: 한길
조회수: 848|2004-10-01
[시]중년
◆◆ 중년 ◆◆ 일기장 한 켠수줍던 시절의 꿈들을 채워가다가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삶 마디 마디가노후 차량처럼 삐걱대는 아픔을들킬까 몰래 흐느낍니다한파에 꽁꽁 얼어버린 국화처럼오들오들 떠는 중년의 지친 삶을 들키지 않으려얼어버린 미소 한 다발 머금어 봅니다누군가 소..
1편|작가: 한길
조회수: 715|200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