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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내는 밤 근무 중


BY 한길 2004-10-03

삼교대로 타인의 죽음을 지켜주는
중환자실의 산소는 탁하다.
가벼운 산소 속을 둥둥 떠다니는 영혼들은
살아 있으나 죽은 깃털과도 같다.
몸에서 빠져 나온 깃털을 데려가려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감시하는 간호사,
아내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깃털과 그림자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나이보다 죽음에 대해 담담할 줄 아는 아내는
잘 훈련된 명견(名犬)처럼 눈을 부릅뜨고
기웃거리는 사자(死者)와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외줄을 탄 곡예사처럼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전화기에 푸념을 늘어 놓는 시간에도,
꺼져가는 촛불에 대한 아내의 집착은
의무라기보다 사랑이리라.

아내는 오늘도 밤 근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