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꿈도 많이 꾸었던 학창시절, 시인이 되고 싶었고, 화가가 되고 싶었고, 괜히 뒷동산에 혼자 올라 사색에 잠기고, 풀잎을 따서 일기장에 끼우고 하던 마음 한 켠 늘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으로 쓸쓸해 했었습니다.
잠시 선잠에서 깬 듯한데 벌써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인의 꿈도, 화가의 꿈도, 이제는 쌓아 둔 책더미 속에서 캐캐묵은 옛 추억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진 채워지지 않은 일기장도 현실의 삶에 밀려나고 말아 서글픕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머리 속에서 엉켜 있는 꿈들을 한 타래 한 타래 풀어내고 싶었는데
여기 작은 공간이나마 주어져서 작은 꿈으로나마 키워갈까 합니다.
골목길을 내달리던 시골 꼬마가 어느새 커서 도시 한 켠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었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꿈을 접었지만
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금 불혹의 나이에 꾸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불장난으로 동네 어른들의 걱정을 사던 것처럼
괜히 불장난같은 글이나 몇 자 끄적거리다 말면 어쩌나 내심 걱정입니다.
마음 속에서 늘 방망이질 하던 문학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부끄럽지만 불혹의 나이에 끄적거리는 불장난같은 글을 예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열심히 노트를 채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