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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년


BY 한길 2004-09-30

◆◆ 중년 ◆◆

일기장 한 켠
수줍던 시절의 꿈들을 채워가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삶 마디 마디가
노후 차량처럼 삐걱대는 아픔을
들킬까 몰래 흐느낍니다
한파에 꽁꽁 얼어버린 국화처럼
오들오들 떠는 중년의 지친 삶을 들키지 않으려
얼어버린 미소 한 다발 머금어 봅니다
누군가 소중히 꺾어준다면
후회 없이 남은 미소라도 피어낼 수 있으련만
이른 추위로 바래진 하늘에 한 점 구름
길을 걷다가 올려다 보니 목이 시립니다
시린 목에 목도리처럼 휘감아 줄 햇살은 기울고
찬 바람에 움추린 휑한 도시의 공원 한 켠에서
쓸쓸히 구인광고를 뒤지는 중년의 바랜 꿈은
어슬렁거리다 차 밑으로 숨어버리는 고양이처럼
스스로 선택한 불안으로 흐느낍니다
채워지지 않는 중년의 빈 자루
수줍은 꿈으로 빵빵했던 자루 속의 깨알같은 꿈들이
다 빠져나가 허망히 주저 앉던 날
빈 자루 속에는 중년의 고달픈 삶만
덩그러니 머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