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건 (1)
난 고양이를 참 싫어한다.괴기영화나 미스테리 영화에서 공포감을 배가 시키는 장면에서는 이 고양이가 꼭 출몰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는데 그래서 무섭고 싫어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고양이에게 활키고 난 뒤에는 고양이 소리만 들어도 등에 소름이 돋는다.시어머님은..
249편|작가: 蓮堂
조회수: 1,576|2005-10-11
울 아부지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그림자가 자꾸만 내 목을 누르는 바람에 버둥거리다가 놀라서 잠을 깼다.그러나 알고 보니 목을 눌린 사람은 아버님이셨고, 아버님은 나를 향해서 자꾸만 손을 내 저으면서 멀리 가라고 호통을 치셨다.뻣뻣해 진 것 같은 목 줄기를 두어 번 쓰다듬고 ..
248편|작가: 蓮堂
조회수: 1,402|2005-10-08
빛 바랜 기억들
9월의 밤은 닭살 돋을 만큼 서늘했다.그나마 쨍쨍했던 낮 기온의 여운 덕분에 짧은 팔소매가 그리 철 늦어 보이진 않지만 승객 없이 비어있는 플랫 홈 때문인지 한결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여고 동창회 모임이 저녁 시간에 잡혀 있으면 이 기차 아니고는 집에 갈 마땅한 차편이..
247편|작가: 蓮堂
조회수: 1,559|2005-09-22
울 엄니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는 마음은 달리고 있는 시내버스보다도 더 앞서서 달음박질 치고 있었다. 서예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렀지만 시간은 이미 정오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 현관문만 뚫어지라 쳐다보며 두 시간 이상 나만 기다리고 있을 친정 엄마 생각에 가슴은 바작바..
246편|작가: 蓮堂
조회수: 1,394|2005-09-09
딸자식도 자식이거늘
친정 부모님을 모시러 가는 맘이 웬 지 찜찜하고 고개가 자꾸만 갸웃거려 졌다.아버님 성미에 선뜻 딸을 따라 나선 다는 게 영 미덥지도 않아서 '그러지 뭐'라는 말뜻을 허락으로 해석해 버린 내 귀를 한 번 더 의심을 해야 했다.부모님 병 수발에 지쳐있는 오라버님 내외의 ..
245편|작가: 蓮堂
조회수: 1,657|2005-08-22
내가 반한 그 남자
첫 눈에 불 켜지는 사람 만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입체적으로 뜯어보고 가닥가닥 떼어서 해부했을 때 완벽한 점수 주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神이다.물이 좋으면 정자가 허술하고 정자가 좋으면 물이 탁하다.그러나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있다고 해도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하..
244편|작가: 蓮堂
조회수: 1,645|2005-08-18
묵은 살림
"형님, 이거 버려도 되죠?"시어머니 제사에 참석하러 온 동서가 씽크대를 온통 뒤집어 놓으면서 꺼내놓은 그릇을 버릴 것과 남겨둘 것을 두 군데로 분리를 하다가 금테 두른 커피 잔을 들고 나한테 물어왔다.버리자니 아깝고 꾸중들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시 집어넣으려니..
243편|작가: 蓮堂
조회수: 1,559|2005-08-12
우아하게..우아하게...
흔히들 대우를 해 줘야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아무리 대우를 해 주어도 제대로 된 대우 한번 받을 수 없는 아귀 안 맞는 푸대접에 비명 한번 못 지르고숨죽이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한스러움은 시대가 밀려가도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로 남아 있다.최소한의 인간 대..
242편|작가: 蓮堂
조회수: 1,758|2005-08-02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두 아이를 앞세운 젊은 부부가 트레이닝 차림으로 가볍게 뛰어오고 있었다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매였는데 큰 아이가 딸아이였다.부모들이 앞을 세운 아이들도 같이 뛰다가 작은 아이가 넘어지는 게 보였는데 발딱 일어나던 아이가 뒤에 따라오던 누나한테 돌연 소..
241편|작가: 蓮堂
조회수: 1,482|2005-07-30
그래도 접을수 없는 것들....
남편이 나의 꿈을 머언 남의 나라 얘기로 일축 해 버리던 날, 내 가슴은 굵은 소금을 비벼 넣은 것처럼 아리고 쓰라렸다. 큰 맘 먹고 어렵게 띄엄띄엄 하소연하듯, 매어 달리듯 그렇게 도움을 청했지만 남편은 무 자르듯이 말 중간을 토막내고 말았다."이 사람아, 아무나 책..
240편|작가: 蓮堂
조회수: 1,537|2005-07-28
실없는 짓거리 하는 여자
아,나,바,다는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던 1997년 IMF 시절부터 지금까지 각 시민단체나 사회단체에서 '절약하고 검소하게 살자'라는 슬러건 하에서 전국적으로 퍼져간 일종의 boom이었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쓴다는 구두쇠 작전과 금..
239편|작가: 蓮堂
조회수: 1,469|2005-07-26
매일밤 보따리 싸는 여자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처럼 보따리를 챙겼다.야외용 돗자리 두 장, 대(竹)베개 두개, 큰 타올 한 장, 물병, 카세트 라디오, 약간의 간식, 폰, 지갑 등등... 열대야가 매일 밤 기승을 부려서 잠을 청하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내가 사는 아파트는 그래도 산을..
238편|작가: 蓮堂
조회수: 1,898|200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