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 벽도 모두 담쟁이가 주인이 된 집을 안다.
벽은 연두색으로 치장할려고 하고
담은 용수철 튕기듯이 자꾸 자꾸 키가 크는 담쟁이는
이미 담을 넘어가고 있었다.
전에 살았던 여자는 입 넒은 항아리에
된장도 담고 간장도 달여 봄에 피는 목단꽃과 함께
향기로 헤벌레 웃어 인상이 아주 좋은 주인이었을 것이다.
폐가는 사람이 살지 않아서 빈집이 아니다.
단지 한 동안 머물지 못하는 역마끼가 겉돌아
어린 머위잎에 떨어지는 이슬만큼이나
짧은 기억이 더 애가 탈 일이었을 뿐.
그 집의 역사는 작고 보이지 않게 더듬어 크는
담쟁이와 별 차이가 없었을 거다. 분명히 사는 데
보지 못했거나 보이지 않았던 그 절묘한 숨박꼭질 해대는
녹슨 철대문 그늘에도 까만 개미떼가 걷는 길이 생기고
아직은 너른너른하게 흔들리며 번져 크는 돗나물도 주인이 되고
진보라색 제비꽃도 화장하는 곳이라고 쾅쾅 문패를 달아주고 싶었다.
또 어디에 빈 집이 있으면 그 곳엔 주인이 꼭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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