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이 팔락팔락
실핏줄같은 전율에 달려 내려와
내 앞에 파르르 몸을 떨고 앉았다
몇 겁의 입맞춤을 돌아
이 거리 속으로 걸어 왔는가
바람에 몸을 맡긴 가지 그 한가운데
고인 물같은 적요를 흐트러
나는 이 세상에 와서
여기 이 나무 아래 앉아있구나
가을 그 깊이 만큼
기다림을 갈무리한 우리들의 눈짓속으로
흐르는 강처럼 내달려간
젊은 날의 슬픈 약속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