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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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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 수 없는 강


BY 개망초꽃 2003-10-17



건널 수 없는 강가에
우린 배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강 저편은
물안개에 젖어 보이지 않았지만
우린 하나가 아니고 둘이였기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사랑이라 이름 붙힌 배.
그리움으로 엮은 흰 돛.
꿈과 약속만으로 띄운 노.

안개 낀 강 저편으로
우린 노를 저었습니다.

때론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았고
때론 욕심으로 마음이 흔들렸고
때론 현실 때문에 뒤로 물러 서기도 했습니다.

출발했던 강가도
닻을 내릴 강 저편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떠 있는 곳은 강 가운데쯤일까?

사랑했던만큼 힘겨웠던 순간.
사랑했던만큼 눈물로 채웠던 겨울.
사랑했던만큼 잠 못들었던 새벽.

사랑 하나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랑 하나 싣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닻을 내릴 강 건너 육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강 건너 땅은 원래 없었나봅니다.
앞에 앉은 사랑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은 한순간의 짧은 감정이었나봅니다.

건널 수 없는 강 가운데  혼자입니다.
사랑이란 이름은 지워지고
그리움의 돛은 내려져 있습니다.
힘차게 저었던 노는 강 아래로 떠나 갔습니다.

우린 둘이 아니고 하나였습니다.
강 건너 땅은 없었습니다.
안개처럼 사라질 사랑만 있었습니다.

개망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