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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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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보내는 편지


BY 아미라 2003-10-17

두루 무고 하신지요

숙자네랑 은빈네 할아버님도

 

우리 이쁜 미동이는 아장아장 걷겠네요

단발머리 안나는 교회 잘 다니지요

이장 댁 누렁이는 새끼 낳았겠네요

큰아이 학자금 마련했다시겠네요

 

현수네 큰조카가 돌아왔다면서요

섬으로 팔려갔다 온전히 왔다구요

참 축복이어요

감사해야겠네요

 

엊그제 추석에도 풍성하셨든가요

늙으신 부모 팔에 아이 두고 갔던 이들

다 돌아왔든가요

모두 다 왔든가요

 

세월 어떠하셔요, 물어도 되는지요

간밤의 소식으로 비 많았다면서요

논둑이랑 밭이랑이랑 무너지진 않았나요

서울서 대학생들 봉사하러 오겠네요

올해도 예년처럼 일이 더뎌지겠네요

 

쌀금 내려갔단 소식 매일처럼 듣지요

소일없어 노상으로 이부자리 삼는 이

서울에는 불었대요, 안타까워요

 

저는 그냥저냥만 하지요

잘 살아보겠단 꿈만 안고 살아요

꿈조차 없어지면 어쩌나 하지요

험한 세상 더 쓸쓸해지면 어쩌나 하지요

 

소망 잃지 마셔요, 아이들이 보잖아요

기도 잊지 마셔요, 아이들이 보잖아요

참다보면 좋은 날 다시 돌아오겠지요

살다보면 예전처럼 용기도 나겠지요

 

평안하세요 고향이여

언제나 당신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