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아니면
우리 무슨 핑계로 요동하는 가슴을 따라 강가로 갈 것이냐
바람도 가을다워
쪽빛 하늘 내려앉은 강물을 흔들더니
눈 속 얕은 웅덩이에 물이랑을 만들더라.
강물 마시던 하늘은 어쩌자고 자꾸 자꾸 높아져
목울대 치켜들며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불쑥 허공을 뜯는 날개 짓 하나에 허물어진 삶의 도형
또 다시 고뇌를 뽑아 희망을 얽는 거미 되어
휘 청 이는 그물 허공에 걸고 외줄 하나 밟고 선 듯 ...
초초히 보낸 사년이야
단풍이 네 번 붉게 물들어 갔을 뿐이지만
恨.......백년 된 듯한데
그것이 어디 가을 탓이랴
서천에 낙조 번질 무렵
해오라기 午睡에 十月이 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