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대하여
1
보이지 않는
바람이
곧 올거라며
동네 어귀에 선
나무
지난 봄의 기억을
붉은 가슴에 묻고
인내로 기다리는
그리운 가슴을 보라
너
오늘
바람 그의 추억을 아느냐
2
씨를 뿌리며
남에서 북으로 간다
해뜨는 동쪽에서
해지는 서녁까지
보이지 않는 천사의
하얀 옷자락 날리며
씨를 뿌리며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간다
아기자기한 마음에
꽃술 따는 넓은 광야에
향기로운 천사의 음성
호미로 심그고
3
하늘이 슬픈날에
울고싶은 가슴을
빗줄기로 갈라
땅위로 뿌리우면
세상의 인심이
녹아나는
사랑스런
빗바람 그를 보라
4
바람 그의 성을 아는가
남쪽나라 색시섬
을씨년 스런
겨울 노파가 죽은 자리에
노랑빛으로 피어나는
이름은 바람
나
아직 그성에
가보지 못해
바람 그의 정체를
알길 없어
겉옷자락 스치는 소리
또 한 해를 먹는다.
여!
바람 그 샘이
솟아나는
성의
이름을 아느냐
5
바람 그가 숲에 엎드려
속삭인다
온 땅에
붉은 사랑이 피울
때라고
그가 물에 섞이어
흘러간다
온 강에
물을 적셔 심금을 울릴
때라고
바람
산에서 내려올 때
나 그리운 이름을 부르리
6
봄에는
봄바람만 부는게 아니다
몰래
염탐온
여름의 파수꾼이
가슴을 살짝 드러내고
유혹의 미소를
던지기도 한다
바람 그는
길로만 다니지
않는다
버려진 박토
돌담으락
엉겅퀴를 키우는
욥의 땅에도
발자국을 내며
다닌다.
바람에 대한 얘기는
태초부터
있었다.
7
바람 그 처럼 떠나간 이여
기다림의 새하늘 열렸으니
귀향의 바람 그 속에
꽃을 피우라
긴 겨울동안 꾸민
나만의 비밀스런
사랑의 방을 미소로
열테니....
8
꽃이 바람먹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람이 꽃으로 들어가는걸 보았습니다
바람의 눈이 반짝이고
꽃의 입술이 부딪는걸 보았습니다
나비가 왜 나는지
벌소리 왜 요란한지
별이 밤마다 강에 내려와
바다로 떠나는 길을 쓸고 있는지
바람이 성을 쌓고 있습니다 꽃으로
꽃이 바람을 부르고 있습니다 붉은 입술로
이 봄에 나
꽃이 되어
기도 하겠습니다
바람의 나라 용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9
구름이 어찌 가냐고 묻는다면
바람을 타고 갔노라
겨울새가 왜 떠났냐고 묻거든
바람이 불러 갔노라
목천에 살던 우리 누나
삼월바람에 소녀의 피를 날려
어머니의 시신을 안고 왜 죽었냐고 묻거든
바람이 있어노라
10
바람의
복주머니 속에
조각조각 흩어진
김진사댁 영혼들이
버듭산 장군암의 샘물을 퍼내
봄 산마다
셋째딸 저고리 색으로
두견화를 피우는 걸
우리는 바람의 봄이라 하자
11
애들이 떠난 운동장에
먼지를 내며
제 이름을 불러달라
부는 바람은
한 십년전
칠백학생 정성을 품에안고
한많은 눈으로 천국에 간
다
잊었겠지만
세아라는 소녀의
망각의 춤이야
12
대전에
남쪽
보문산 근처 거기
대전남산교회
2003년
봄이오는 언덕
10년쯤 지나면
세상의 신선한 바람이 될
소년 그리고 소녀들
있었네
그 이름
잊지말자
13
얼음을 녹이고
강 밑에서 올라와
세상을 두리번 거리다
버들강아지 포근한 솜
낮익어 놓이는데
할미꽃 산소로 올라간다
성묘하러
14
땅 빼놓고 다
바람이지
하늘이 바람이고
별이 바람에 흔들리고
달이 바람위로 걸어가면
구름도 바람으로
벗을 삼는걸
사람도 바람이야
사람속에 사는 바람은
쉬지 않고 들고날고
포근한 바람이었으면
정말 좋겠어
15
나의 이름이 생각나면
바람이라 해라
내 얼굴이 떠오르면
광풍이 부는 언덕에서
나도
네 이름을 부르는줄 알라
네 음성이 그립거든
배란다 밖에서 밤새워 기다린
새벽의 바람처럼
나도
너를 그리워 하는줄 알아라
16
어머니!
산천에 바람이 차가운데
어찌 집으로 드시지 않고
나무도 떨고 풀잎도 누운
하늘만 지키는 고향 뒷산에
홀로 계시옵니까
하도 오시지 않으니
세월의 다리를 건너
어머니 계신 거기
나도 자리를 펴
바람막이라도 돼 드리리이다
17
해가 저물면
어둠에 묻혀 떠나가는
이름없는 바람을 본다
바람은 나를 따라 오란다
너와 함께 오라 한다
해가 뜨면
우린 헤어져야 한다고
달을 붙잡고 선 저어기
바람도 그림자 되고파
나무옆에 서서 달에 비춰 보지만
그림자는 없네
그림자는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