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아침 오늘 아침에는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 아침... 수줍은 햇살의 미소를 갓 깨어난 강물의 소곤거림을 물들어 가는 단풍의 노래를... 그대에게 전합니다. 그대에게 드립니다. 길을 나서면서 오늘은 그대에게 풀벌레 소리의 청아함을 생활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용감한 발걸음 소리를 그 빛나는 젊음의 고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바치고 싶었습니다. 우체국 앞을 지나면서 문득 편지가 쓰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 전에... 문방구 앞에서 예쁜 편지지를 살까 망설였습니다. 그대에게 드릴 편지 한 장을 쓰고 싶었습니다. 소중하게 편지 몇 장을 쓰고, 그대도 모르게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그대는 모르겠지요. 그대의 이름자 위에 몇번이고 입맞춤하고 싶다는 것을요. 그리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통을 향하고 떨림으로 편지지를 소리나게 넣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깨알같은 글씨로 편지를 쓰는 대신 몇번이고 고쳐가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았다가 거기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다가 다시금 생각난 듯 마음을 적습니다. 내 시간을 그대를 생각하며 쓰고 있습니다. 지금 그대 곁에 내가 없어도 내 마음에 간직한 이름만으로 고이 모은 두 손의 기도로... 내 안에 자라는 그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아도 귓가에 쟁쟁한 것은, 그대 오늘도 내 안에서 아침을 여는 까닭입니다. 그리고,그대 고운 인사로 내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 내일을 위해서 오늘... 넓고 깨끗한 백지 한 장을 펼쳐 놓고 그대와 함께하는 애틋한 그림을 그려야겠습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담자색 가을편지를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