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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의 가을


BY 준맘 2009-12-02

반포의 가을

 

머릿속 세포 줄기 줄기가 엉켜져 시작도 끝도 모르겠다

잠바를 걸치고 주섬주섬 운동화를 신으며 아파트 입구로 내려온다

밤11시

늦은 밤 기운이 가슴을 더 움츠리게 한다

머리가 무거워 바로 들 수가 없는 듯 목어깨가 잠바깃에 묻어든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발걸음에 무게감이 전해진다.

바람에 잠시 마음이 차가워진다

 

타박 타박

한걸음에 실머리를 찾아내고

타박타박

한걸음에 실줄기를 찾아내고

타박 타박

한걸음에 한줄기를 지워내고

타박 타박

한걸음에 또 한줄기 지워진다

 

타박 타박

어느쯤엔 無想 無念

 

아 이젠 저쯤이 반환점인것만 기다려진다.

등줄기엔 뜨끈한 온기가 훅 하고 올라온다.

주먹을 쥐고 더 빠르고 힘차게 내딛어 걸어 내려온다

 

공중에 떠있는 듯 아무것도 기억이 없다.

밤12시

無想 無念 !!!!!

 

다가선 공원 길목에 떡갈나무잎이 발자욱에 바스락 거린다.

쏴아아악

밤바람이 남아있는 가을 잎자락을 감싸안아

내 앞에 떨어진다.

 

반포의 가을

공원 한가운데 혼자서 가만히 영화를 찍는다 .

늦가을 행복에 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