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의 가을
머릿속 세포 줄기 줄기가 엉켜져 시작도 끝도 모르겠다
잠바를 걸치고 주섬주섬 운동화를 신으며 아파트 입구로 내려온다
밤11시
늦은 밤 기운이 가슴을 더 움츠리게 한다
머리가 무거워 바로 들 수가 없는 듯 목어깨가 잠바깃에 묻어든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발걸음에 무게감이 전해진다.
바람에 잠시 마음이 차가워진다
타박 타박
한걸음에 실머리를 찾아내고
타박타박
한걸음에 실줄기를 찾아내고
타박 타박
한걸음에 한줄기를 지워내고
타박 타박
한걸음에 또 한줄기 지워진다
타박 타박
어느쯤엔 無想 無念
아 이젠 저쯤이 반환점인것만 기다려진다.
등줄기엔 뜨끈한 온기가 훅 하고 올라온다.
주먹을 쥐고 더 빠르고 힘차게 내딛어 걸어 내려온다
공중에 떠있는 듯 아무것도 기억이 없다.
밤12시
無想 無念 !!!!!
다가선 공원 길목에 떡갈나무잎이 발자욱에 바스락 거린다.
쏴아아악
밤바람이 남아있는 가을 잎자락을 감싸안아
내 앞에 떨어진다.
반포의 가을
공원 한가운데 혼자서 가만히 영화를 찍는다 .
늦가을 행복에 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