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양식....
여름 휴가가 이렇게나 늦어졌다.
그래도 일년 중 한번은 떠날 수 있는 직장이 어디냐?
그것도 오롯이 일주일간인데....
딸린 가족도 많고
관리해야 할 건물도 많아
이리저리 챙기고 나오려니 어지간히도 바빴다.
일단 집 나서면 모든 거 다 잊고
쉬는 일에만 몰두 하기로 했건만
시간시간마다 두고 온 집이 걱정되고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빈 박스에 옷가지들을 챙겨 넣고
기내 가방처럼 생긴 여행 가방에도 차곡차곡 넣고
둘이서 일주일간을 밖에서 살려면
챙겨야 할 잡다한 짐이 만만찮게 많다.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싶어도
낚시도구도 거의 한 트렁크고
각자 옷이 두 가방에 소소한 읽을거리에
먹거리까지 흐이유....
가는 곳 마다 사 먹기도 그렇고해서
간단한 취사도구까지 챙기려니 더 복잡하다.
그기에다 오가며 차 안에서 남편한테 제공할 간식거리까지...
이름하여 길양식인 셈이다.
건조기에다가 말린 감말랭이
바나나 말린 것... 밀양 얼음골 사과...땅콩으로 만든 엿...껌에다가 물병까지...
휴게소에서 파는 간식들은 온통 인스턴트가 많아서
가급적이면 집에서 손수 만든 자연식품으로 가지고 가려고
건조기도 한대 사고 분쇄기도 사면서 준비를 꽤 한 편이다.
남편이 회복하고나서는 가능하면 안 짜고 덜 자극적이면서
천연의 식품을 먹고자 노력 중이다.
육식도 피하는 편이고 뿌리 채소를 더 많이 먹고자 해서
무며 무청..우엉하고 연근..고구마와 마와 야콘..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 ..10 년근 도라지
브로콜리에 멸치와 새우 파프리카..알로에까지
지인들을 통해서 구하고 말리고 가루를 내어
더 많은 야채를 섭취하게 만드느라 요 며칠 무진장 바빴었다.
행사는 줄줄이 이어져 있었고
행사 끝나고 바로 휴가를 못 떠나면 또 더 큰 행사가 줄지어 있어서
결국에는 올 해 안에는 못 떠날 것 같아서
무작정 짐을 챙기고 말린 야채들을 봉지봉지 담고는 다른 간식거리를 싸 안고 고고싱~~
부산이 고향인 남편은 바닷가를 선호하고
난 한번은 양보하고 또 한번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며
둘이서 환상의 복식조처럼 그렇게 여행 중이다.
바쁘고 힘든 일을 다 멀리하고
어쩌면 그런 일들을 말 없이 감당해 준 보답이리라 믿으며
아무런 방해꾼도 없이 오롯이 둘이서 바람처럼..구름처럼..새들처럼
자유롭고도 여유롭게 아침에 일어나서 맘 닿은 곳으로 발길을 정한다.
딱히 여행지를 정하지 않고 가다가 재래시장이 보이면 멈추고 밥도 먹고
부근에 꼭 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예고없이 불쑥 찾아도 보는
얽메이지 않는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런게 여행의 참 맛일 수도 있겠다~~~ 싶다.
몸도 마음도 다 자유로운 시간들.
돌아 갈 집이 있고 일 할 직장이 보장되는
그러면서도 지금 느끼는 이 자유로움이 한껏 행복한 여행자.
지금은 통영의 한 리조텔이다.
운전을 하느라 피곤했던 남편은 일찍 샤워하고 잠들었고
난 파도소리 은은히 들리는 전망 좋은 숙소에서
등대 불빛을 벗 삼고 보름달을 보라고 문자를 보내주신
고마운 어느 님의 따스한 맘을 담고 간단한 여행기를 올리고 있다.
내일 아침에는 바다에서 떠 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작년처럼 또 감격해 하면서 울컥할까 봐 늦잠을 자야겠다.ㅎㅎ
너무나 오랫만에 자 보는 늦잠이 얼마나 단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