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 요새 가게 매상이 왜이래? 후르륵~
봉자 : ... 호로록~
남편 : 애들은 집에서 뭐 한다니? 후~룩
봉자 : ........호로록~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물음과
뻔한 대답이 시큰둥해지는 대화에 커피 홀짝이는 소리,
때마다 밥 우겨 넣고 줄창 마셔대는
들척지큰한 식후 커피가 이젠 니맛도 내맛도 아니라서 밍밍해....
\"이 뜨거운 커피처럼 널 사랑하겠어.\"
내 나이 스물 다섯
변두리 굴다리 밑 허름한 다방에 앉아
여자가 먼저 고백해야하는 빌어먹을 상황이 못 마땅해
단숨에 마시던 커피,
목안이 따끔거렸지만 그 남자는 내 눈을 피하고 있었어.
파르라니 단정한 턱선이 가볍게 떨리던,
찌질이, 바부탱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
알아,
그 옛날 나를 몹시 애타게 했던 그와 짝을 이뤘어도
지금쯤은 커피맛이 닝닝하고 대화가 시큰둥할 거라는 것을.
막 숟갈질을 끝낸 남편이 커피를 마신다.
입가에 김칫국물 따위를 묻힌 채
후르륵 후르륵 끄억~
해장국 들이키듯 마시는 소리 요란벅적해지면
새롭게 커피맛을 조율할 때,
커피도 사람도 영원한 황금비율은 없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