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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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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부부의 커피맛


BY 봉자 2009-12-03

 

 

남편 : 요새 가게 매상이 왜이래? 후르륵~

봉자 : ... 호로록~

남편 : 애들은 집에서 뭐 한다니? 후~룩

봉자 : ........호로록~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물음과

뻔한 대답이 시큰둥해지는 대화에 커피 홀짝이는 소리,

때마다 밥 우겨 넣고 줄창 마셔대는

들척지큰한 식후 커피가 이젠 니맛도 내맛도 아니라서 밍밍해....

 

\"이 뜨거운 커피처럼 널 사랑하겠어.\"

 

내 나이 스물 다섯

변두리 굴다리 밑 허름한 다방에 앉아 

여자가 먼저 고백해야하는 빌어먹을 상황이 못 마땅해

단숨에 마시던 커피,

목안이 따끔거렸지만 그 남자는 내 눈을 피하고 있었어.

파르라니 단정한 턱선이 가볍게 떨리던,

찌질이, 바부탱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

 

알아,

그 옛날 나를 몹시 애타게 했던 그와 짝을 이뤘어도

지금쯤은 커피맛이 닝닝하고 대화가 시큰둥할 거라는 것을.

 

막 숟갈질을 끝낸 남편이 커피를 마신다.

입가에 김칫국물 따위를 묻힌 채

후르륵 후르륵 끄억~

해장국 들이키듯 마시는 소리 요란벅적해지면

새롭게 커피맛을 조율할 때,

커피도 사람도 영원한 황금비율은 없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