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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결혼식


BY 그대향기 2008-10-11

 

 

오늘 오전 11시 20 분 대구.

평소에 나를 많이 챙겨주고 우리 큰 딸 결혼식에도 참석해 주셨던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일년에 서너번 있는 큰 행사 때도 꼭 우리 애들의 과일이나 간식거리를 따로 준비 해

주시지만 지나는 길이 있거나 일부러 대구에 볼일이 있어 가는 우리한테 꼭 전화로

불러서 뭔가를 들려서 보내시는 참 정도 각별하시고 살뜰하신 분이라 바빠도  가야

하는 중요한 결혼식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서너살이 더 많으시지만 유치원을 경영하시며 바삐 사시는 분이

최근에 몇달 전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을 하시며 많이 외로워 보였었다.

부부의 정도 각별하셨었고 남들이 다들 부러워 하시던 모범적인 부부의 모델이셨는데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하셨는데도 곧 바로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남편으로 해서

고등학생 아들도 방황했다며 힘들어 했고 사업도 정리하면서 무척 어려운 순간을

보냈다던 그 지인의 딸  결혼식에서 참 감동스런 장면을 봤었다.

 

예식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난 벌써 눈가가 촉촉해져 왔고 어떤 인사를 해야 하나~

솔직히 고민스러웠는데 의외로 표정이 밝아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고

곱고 단아하게 한복을 입으신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가볍게 포옹을 하고 축하드린다는 말을 전하는데 곁에는 키가 크고 정말 핸썸한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눈으로 누구???

하는 물음을 날리니까

\"응..우리 막내아들. 아빠 대신 내 곁을 지켜주네. 든든하지?\"

정말이었다.

잘~생기고 듬직한 아들이 ,고2 였지만 표정이나 몸짓에서 남자같은, 가장 같은 분위기가

묻어나는 정말 장한 아들이 서 있었다.

왜 청첩장을 안 보냈냐고 물으니

\"청첩장에 혼자 이름 올리기도 뭐 해서 아무한테도 일부러는 말 안했어.

그냥 알게되거나 친척분들 한테만 연락했어.

기도가 필요했던 곳이라 그긴 연락했고.....\"

 

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건데.....

남편이 돌아가시고 장례식 때도 조의금을 일체 받지 않았었고

그 조금 앞에 시어른들이 돌아가시고도 조의금을 안 받으셨던 가정이었다.

물론 사업을 했었고 집안도 넉넉한 것도 있었지만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 와 준 것도 고마운데 조의금은 무슨.....

한번도 안 받으신 특별한 분들이었는데

결혼식이 마악 시작되고 신랑 입장~~~

주례목사님의 음성이 울리는데 어~~라~~

신랑이 어머니의 손을 잡는게 아닌가?

요즘 유행이 이런가???하는데 하객들이 웅성웅성.....

\"신랑이 혼자 안가고 저그 엄마하고 가네~`하...이런 결혼식도 있다야...\"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웅성웅성......

신랑이 표정도 밝게 큰 키에 수려한 외모하며 남의 사위지만 잘 생긴 건 잘 생긴거다.

곧 이어서 신부입장~~

아.......

신부가 어머니랑 같이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입장을 한다.

순간 난 가슴이 메여 두 사람이 걷는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신부의 아버지가 안 계신 걸 알기에 신랑과 신부가 다 같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걸로 양가에서 일을 맞춘거라는 생각에 울컥....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신랑이나 신부가 둘이 나란히 입장하는건 몇번 본 것 같은데

신랑과 신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건 처음봤다.

그 뒤의 예식순서는 앞이 흐려 잘 못 봤고 그저 여러군데의 예식홀에서

흘러나오던 많은 주례사들의 혼탁한 음성과 축가들 하객들의 소음......

결혼시즌의 예식장은 시골 오일장을 방불케 했고 예식장측의 반 강제 짤라먹기로

주례사도 최대한 짧게 모든 예식순서가 경건이 아니고 형식 같았던.....

날짜는 몇 안되고 예비부부 내지는 대기자 들이 많다보니 주례사도 딱 5 분으로

맞춰주라는 애교섞인 당부가 세 차례나 있었다니 쩝.....쓸쓸.....

아마 내가 예식장 주인이라도 그랬지 않았을까?ㅎㅎㅎㅎㅎ

어찌되었건 두 집안의 찡~한 결혼식을 마치고 딸린 식당에서 부페식으로

점심을 먹는데  우......와...와......

식당은 거의 운동장 수준이었다.

여러 도우미 분들이 빈 그릇도 즉시즉시 치워주었고 음식도 깔끔하고 푸짐하고

남자 도우미들은 질서라든가 우왕좌왕하는 하객들을 동시에 수용가능한

인원으로 재배치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들고나는 길목에서 일일이 안내를 해 주니까 엉키지 않고 수백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고 자리를 비우면 금방 깨끗하게 청소하고.

속물적인 계산으로 일인당 꽤 비싼 식대가 나올거야~라는  생각에 혼자 푸훗....

예식장은 무슨홀 무슨홀 해서 조그맣게 조그맣게 칸을 갈라 놓아서

하객들이 반 정도도 못 앉게 로비에서 웅성거리게 해서 혼잡하더니

식당은 완전 초대형 메머드급이었다.

다행이지.....

밥이라도 앉아서 먹고 갈 수 있으니까.

시간이 없어 그냥 가는 사람들을 위해 식권과 맞 바꾸는 선물이 준비 돼 있고

세심하게 준비를 한 결혼식이었다.

 

결혼식 맨 나중에 혼주대표 인사가 있을 때에도 양가 집안 어른들이 다 나가서

인사를 하는데 듬직한 아들이 엄마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의 지인도 왠지 아들한테 큰 일을 의논해야 할 것 같더라는

말을 하신 걸 봤을 때 한 집안의 남자는 그냥 남자가 아닌 기둥일 것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사업을 했었고 또 지인도 유치원을 하고 있고 딸도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쪼달림이 없는 집안이라 모든게 순로롭게 잘 이루어 진 것 같았고

사위 되는 사람의 집안도 넉넉하다니 금상첨화지 않을까.

물론 경제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덴 뭔가 그렇지만 두 집안이 잘 어울리는

형편에서 자란 두 아이들이라 문화적인 갈등도 덜 느끼리라 여겨진다.

직업도 신랑은 병리실험실인가에 근무하고 신부는 유치원 경영과 대학강사.

둘의 얼굴이 다들 밝고 선해 보여서 참 푸근한 느낌이었다.

잘 아는 사람의 집안사람끼리 소개로 만나 연애도 거치며 교제를 했다니

잘 어울리는 신혼부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부도 이뻤지만 신랑도 얼굴이 선해 뵈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부디 내 지인의 맏 사위로써 장모님 잘 위로해 드리고

신부한테도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