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안에 잘 넣어둔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많았지만, 그 중 손에 잡히는것 몇통만...
편지봉투 하나하나도 모두다 정성이 깃든 것들이었다. 어느날은 편지봉투도 만들고, 어느날은 편지지도 만들고, 또 어느날은 10원짜리 우표를 한장 한장씩 붙여놓아서 우체부 아저씨 소인찍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편지 한통 한통이 소중하지 않을수 없다..
이번봄에 이사하면서 그 편지들이 들어있는 박스를 고이 모셔두었다가 꺼내보았다..먼지 냄새가 조금 나긴했지만, 그대로였다. 10년전 일들인듯 하다..내가 이렇게까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나 할 정도이다..내가 이런 편지를 받을정도면 난 어떤 편지들을 보냈을까.. 문득 내가 보낸 편지가 보고 싶어진다..어떤 편지를 보냈었는지..
대학교2학년때 친구가 주선해준 소개팅으로 만난 친구가 군대를 가고, 그 상관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달라고 해서 내 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나갔었다. 키가 큰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 과중에 키가 큰, 그리고 이쁜 내 친구를 데리고 나갔었다. 상대적으로 키작고 그리 이쁘지 않은 내가 상대적으로 쫌 딸리기는 했지마, 뭐 상관 소개팅을 해줘야 내 남친의 앞날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근데 내 친구는 그 전 남친과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다고 맘 정리하기 힘들다고 미적거리고, 그 상관과 난 우연히도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었고, 나와 동갑이었다.. 휴가를 나와서 딱히 갈데가 없어 나와 연락하고 만난지 몇번...나와 너무나 잘맞고,재밌고,같이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는..그런 친구였다. 내 남자친구는 상관과 만나는줄도 모르고 있었고, 이게 바로 고무신 거꾸로 신는건가?...ㅋㅋ
어쨋든 그 친구와 내가 자주가던 술집 이름이 신촌에 달빛한스푼이었다. 지금은 없어진듯 하다..몇년전 가보니 그 자리엔 다른 가게가 있었던것 같다..한참~ 칵테일소주가 유행하던 그 시절..레몬소주 한 주전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 그곳을 나와서는 연대까지 걸어가서 대학교 잔디밭 거닐면서 못다한 이야기 하고..그 시절의 시간들은 왜 그리도 빨리만 지나갔었는지...
지금도 그 시절 사진들을 보면 얼굴에 , 그리고 머릿결에도 가장 생기가 돈다..사진속에 활짝웃던 그 웃음은 누굴보고 웃고 있었는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