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장가보낸 아줌마랑 전화 통화를 하다가 들은 이야기다.
또 어떤이는 장가간 아들은 내아들이 아니고 \"며느리의 남편\"이란다.
전같으면 \'무슨소리? 아들은 당연 내 아들이지..했을테지만
아들가까이 산지 4개월이 지나면서 위의 말에 공감을 느끼는 바이다.
처음에는 손녀가 보고싶으면 병원에 들렀다가
며느리에게 전화로 잠시 들러마고 했다.
밥때문에 부담줄까봐 먹을것도 사가지고갔다.
두 세번 그랬는데 며느리가 착해서인지 아니면 아예 내색을 안한건지
전혀 시부모오는걸 싫은 눈치를 보이지않아서 나도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하루는 아들이 전화가 와서는
어머니 혹시 우리집에 갈때 미리 하루전날 전화를 하고 가세요.
왜?
아, 청소를 해야하니까요.
아니 무슨 청소는.. 청소야 맨날 하는거 아녀?
그래도....
젊은 엄마들에게 물어봤다.
아이고 행님도. 자꾸 자주가면 곤란하죠. 싫은 내색은 못하지만 시부모 자주오면
좋아할 며느리없어요. 그러니 손녀가 보고싶으면 차라리 오라고 하세요.
그래? 너거도 시부모오신다면 싫냐?
그럼요. 이 나이에도 노인네들 오는건 얼매나 싫다구요. 뭐하러 아들네에 들락거려요.
행님 착각하지말고 마음 정리를 하셔유.
무슨정리?
혹시 아들전화를 했는데 며느리가 받은적 없어유?
그러고본께 있었어.
울 남편은 지금도 저거 옴마한테 전화오면 나한테 전화기 던져주고 얼른 화장실 들어가대요.
왜?
맨날 그말이 그말이다 그거죠 뭐. 뭐하노.밥묵었나. 내 오늘 병원에 갔다왔는데.....
그러니 아예 안받는다니까요.
어머나 그러면 울 아들놈도 내 전화를 피해서 며느리에게 넘겨주었을까?
하긴 나도 별할말도 없으면서 전화를 하긴 했네.그렇다고....
그후로 아들단축번호는 며느리단축번호로 바뀌고 손녀가 보고싶으면
며느리더러 손녀 맡겨두고 친구만나러 가라고. 아니면 쇼핑가라고. 손녀 봐줄테니..
너무 자주 전화하면 부담줄까봐
일주일에 한번 손녀를 겨우 본다. 참내 시어머니 노릇하기도 되게 힘드네. 치~
또 젊은 아우들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밥 묵자고 해도 되나?
아들 며느리에게 외식하자해놓고 밥값내게하면
다음부터는 결혼식이 있다느니, 친구 만나다거나 하면서 회피해요.
왜?
월급쟁이 출혈이 심하면 꺼린다니까요. 행님은 왜 그리 눈치가 없데요?
아이고 내참 별 희한한 소리 다 듣겠네.
근래 주말에는 시골내려가니 아들얼굴보기가 힘들다.(주중에는 퇴근이 늦어 )
어제는 한주 걸려 가려고 그냥 딸집에 눌러앉았다.
아들한테 전화해서 점심먹자고 했다.
아버지가 사신단다. 나올래?
점심먹고 오후에는 손녀 봐줄테니 너희둘이 영화나 한 편보든지.
아. 예에. 그럼요. 그럼 나중에 뵐게요.
완전 엎드려 절받기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니 그도 맞는 말 같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시누이까지 낀 외식을 하게되면 지출이 커지겠다.
그래 아직은 아부지가 아들보다 월급이 많고 또 아들에게 얻어먹는것 보다 사주는것이
맘이 편하니 당연히 우리가 사야재.
어제는 점심사주고 4시간가량 손녀 봐주고..(사실 2시간정도보면 딱 적당인데)
힘들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는 손녀보면서 활짝 웃는 남편과, 또한 재우느라 등어리에
찰싹 붙은 손녀의 새끈거리는 숨소리에 그저 헤헤거리는 할머니가 되면서 행복했다.
웃을일 없는 우리집에 손녀를 보면서 환하게 웃으니 좀 힘들면 어때. 엔돌핀이 팍팍 나오는데.
처음에는 자식들과 가까이 살면 자주보고 부모자식간의 살가운 정도 나누면 좋으리라는
내 기대는 점차 소리없이 무너지지만 젊은 엄마들에게서 조언을 듣고 많이 배우면서 깨닫는 중이다.
-품안에 자식이라는 말도. 결혼한 자식은 이미 내 손에서 벗어났다는것을.
가끔씩 보는 해외동포라는 말도,
며느리의 남편이라는 말도. -
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_아들 놈 하나 며느리에게 떼 버리고 나니 편하네 뭐-
_딸년도 퍼뜩 사위놈 한명 정해서 떼 넘겨야지-
하하하하하하(근데 웃음소리가 왠지 허허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