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논리 정연한 설명과 함께 자신이 되고 싶은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저는 그리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으냐?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엄마 뒤로 숨어 배시시 웃거나 아니면 질문자와 눈도 못 마주치고 머뭇거리며 조용히 “엄마...요...”라고 가늘고 떨리게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엄마였다.’고 말하기 뭣하여 “글쎄~ 적성 검사 결과는 ‘교사’, ‘약사’, ‘외교관’ 이었지.”라며 말을 돌립니다.
엄마...
여자라면 누구나 이루기 쉬운 것 같지만, 어쩌면 그것도 꿈이었냐며 꼬마 여아들은 한번쯤은 누구나 엄마가 되고 싶어 하고 그것은 꿈이 아닌 동경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엄마 치마폭 뒤로 숨던 어린 시절에도 차마 누구와도 눈을 못 마주치던 소녀 때도 제 꿈은 “엄마” 였습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의 혼인...
늦은 혼인이라 임신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고 걱정이 너무 깊어 현실이 되었는지 2년이 넘도록 임신은 되지 않았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간절히 바라고 바랄수록 꿈은 더 확실하고 선명하게 내 것이 된다는데... 제 꿈은 바라면 바랄수록 멀어지는 것 같았고 이루면 이루려고 할수록 더더욱 저하고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더 이상의 검사는 받지 말자고 했고 저도 알았다고 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 몰래 혼자 터덜거리며 너무나 아프다는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보호자와 같이 안 왔어요? 검사 후에 혼자서 가기는 너무 아파서 힘들텐데요.. 아직 검사 시간 남았으니 근처에 누구라도 오라고 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치 마중물을 한바가지 부어 놓은 펌프마냥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그렇게 아프다는 검사까지도 받았으며 결과는 모두 정상이라는데 아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그 어떤 문제로 인해 우리에게 오지 않는 아이를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는 남편의 말에 눈물 한바가지를 흘리면서 마음을 다독거렸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왔습니다.
병원에서 처음 아이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을 때 흐르던 눈물은 그간의 시름을 모두 씻어 내는 눈물이었습니다.
엄마가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내 품에 아이를 안았을 때와 처음 아이에게 젖을 물렸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꿈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리던 제 마음이 이제는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루어진 꿈을 지키기 위해 지금 보다 더 열심히 달려야겠지요.
어쩌면 엄마라는 꿈은 또 다른 꿈의 산실 같습니다.
제 꿈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내 아이의 꿈도 태어나고 저의 또 다른 꿈도 새로 피어났으니까요.
정말 제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됐듯 제 꿈도 또 다른 꿈을 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