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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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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병아리를 어떻게 키우냐면...


BY 은하수 2005-10-13

엊저녁 경비실에 조그만 소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친정에서 온 것이다.

급하게 뜯어보니 후드티셔츠 하나가 달랑 들어있다.

추석 때 손자들 옷을 한벌씩 사놓으셨던 것을 둘째 것이 작아서

바꿔다 주기로 했는데 이제야 보내셨나보다.

겸사겸사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받았다.

"엄마, 소포 잘 받았어요."

"잘 맞더냐. 같이 부칠 게 마땅치 않아 미루다가 못 입을 것 같아 보냈다."

"큼직한게 앞으로 잘 입겠어요. 지금 뭐하우?"

"성당 반모임이 있어서 준비중이야."

"근데 미역국이나 한그릇 드셨수?"

"왜???"(전혀 모른다는 투로)

"내 생일이잖아, 오늘."

"아, 맞다."

"어이구, 바보."

"바보 *개다. 깜빡했네."

"관심이 없다는 거지. 허긴 기억하셨어도 별일에 낄 수도 없지만 말야."

"내가 그렇다. 나 요즘 일년에 몇날이나 하늘이 맑나 그거만 세고 산다."

"알았수(잘났수). 반모임 준비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무심한 엄마가 되기로 작정한 엄마에게 당할 자는 아무도 없다.

옛날에 대학다니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암탉도 알에서 막 태어난 병아리는 품으며 돌보지만 어느정도

중닭으로 크면 그 때부턴 부리로 쪼면서 쫓아버리는 거야."

 

그렇게 배울 데가 없나... 하필 닭을 스승으로 삼냐구.

왼갖 참견, 오만 간섭 다할 땐 언제구.

계속 그 방식으로 일관해 주세요.

왔다갔다 하지나 마시라구.

 

오늘도

엄마닭은

물 한모금 마시고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부리로 깃털 고른후

양지녘 햇볕 쪼이며

까딱까딱 졸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평화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