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3

이열치열 (백두대간을 타면서)


BY 동해바다 2005-07-22


     삽당령680m(7:30) - 송전탑 - 석두봉982m - 중식(11:05) - 화란봉1069m - 닭목령(706m)  (14:10)
     05. 7. 19 / 6시간40분


     대지가 끓고 있다.
     열대야로 잠못 이루는 일들이 속출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에 의해 더욱 대지의
     기온은 상승하고 있다. 

     서서히 지쳐가는 사람들...
     태극문양의 손부채로 더위를 쫓아내며 시원한 수박화채 얼음 동동 띄워가며 시원함을
     대신하곤 했던 그때 그 시절,  지금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았을까...

     지구가 병 들어가고, 더위에 지쳐 불쾌지수가 올라가면서 서로의 짜증으로 부딪치는
     세상의 인간사가 요지경인 요즘 여름이다.

     아침부터 고온현상으로 땀이 줄줄흐른다.
     대간길을 타기 위해 출발부터 흐르는 땀은 잠시 참아줄만 하다.
     이른 시각 6시에 모여든 28명의 회원 모두가 삽당령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

      

     정선군 임계면에서 강릉시 왕산면을 이어주는 35번 국도 ..
     백봉령에서 삽당령으로 하산한 지난 대간길에 이어 닭목재까지 능선을 타는
     산행이다. 대관령까지 완주하고 싶어도 더위에 지칠까 싶어 닭목령에서 끊는다는
     대장님의 말씀이 있었다.물 4통과 간식거리를 든든히 싸왔는데 구간 중간에서
     자른다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조금은 안심을 했다. 일단 일주일 간격으로 소 구간을
     타기로 하고 닭목령까지 산행하기로 하였다.

     7시30분 출발한 일행은 자칫하면 헤매기 쉬운 대간길 입구에서 잠시 혼동을 일으키며
     선두가 다시 되돌아와 산행길 리본이 달려있는 대간길로 우회하는 일이 생겼다.
     뒤따라가던 우리는 발 되돌릴 필요없이 정지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선두를 따라
     산행길에 올랐다. 

     울창한 숲, 그늘진 길목 옆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집에 있으면 이 시간 서서히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일텐데 벌써 산을 타고 있는 신체의
     리듬은 탄력을 받아 힘이 솟고 있다. 자연과 하나되어 교감함이란 우리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삶의 한 방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무척 짧다. 짧은 생에 채워서 배가 부른다면 무엇인들 못 채울까.
     저마다 원하는 것을 가슴에, 머리 그리고 몸 속에 채워 넣는다. 그때그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산은 늘 다정스럽기만 하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더욱 힘솟는 산행, 솔잎이
     만들어 놓은 숲길은 온 정 다하여 우리를 맞이한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넣은 완만한 산처럼 선 고운 곡선 위를 우리는 걷는다.
     때론 한 줌 햇살이 밀림처럼 우거진 숲 사이로 들어올 때도 있고 시야가 확 트인 드넓은
     초원지대가 큰 손 벌리며 우리를 끌어안는다. 산죽이 양옆 사열하듯 똑같은 키로 우리의
     무릎에, 허리에 그리고 가슴을 스친다. 또한 다래줄기가 마중나와 있고 참나무 숲이,
     수령높은 소나무 숲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산에서 인생을 배우듯 각기 다른 길이 우리   
     앞에 나타날때면 곧 적응하여 쉽게 받아들인다. 인생 속에 희노애락이 있듯이 산길 또한 
     느낌 다른 희노애락이 깃들여 있다. 다양한 숲길을 걸으니 지루함이 없다.

     송전탑을 지나니 왼쪽 편으로 임도가 보인다. 임도와 함께 나란히 가는 산길엔 나무딸기 
     가 한창 열려있었다. 어찌 그냥 갈수 있으랴 하나 둘 따 먹다보니 너도나도 가세한다.

      

                                                              까 치 수 영    

  

                      우산나물                                                  미역줄나무


     까치수영이 군락을 이루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우산나물에 길쭉한 대궁 올리며 
     어여쁜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소먹이로 먹였다는 미역줄나무가 꽃을 피운채 지천으
     로 널려 있다. 허리께까지 올라오는 잡목 사이로 노송이 몇그루 서 있어 새카맣게 어린 
     나무와 잡풀을 굽어보고 있다.

     칼처럼 날카로운 으악새가 바람이 흔들려 자칫하면 상처를 낼것처럼 포효하는 범의 모습
     이다.  

      


     오늘 걷는 대간길의 특성은 노송과 참나무 군락지이다. 두명이 끌어안으면 딱 알맞는
     굵기의 노송들이 하늘높이 솟아있고 참나무 또한 나무밑둥부터 수많은 새끼가지들을
     쳐가며 세월먹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 걸는 산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오를땐 모두가 벙어리다. 그만큼 체력이 소모되니 말이 나올수가 없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10시가 채 되어 있지 않았다.
     중간 쉼터에서 꺼내놓는 간식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등골 사이로 멈추지 않고 흘러 내
     리는 땀은 바지춤에 정지하여 적셔놓곤 한다. 

      


     잠자리떼가 공중을 배회하고 있다. 메뚜기가 풀잎에서 뛰어놀고 있다. 산 안에 우리는
     곤충처럼 자연의 한 일부이다. 피조물에 불과한 것이다. 

      

     
     확 트인 조망앞에 걸음을 멈춘다. 시원스레 펼쳐진 7월의 산야를 둘러보며 흘린 땀을
     말린다. 멀리 보이는 산에 흠집낸 임도가 확연하게 길이 나 있다. 보기싫은 모습이지만
     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길 이리라. 강릉의 한 마을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솔잎 몇가지가 장막을 드리운다. 다시 하산길이다.

      


     사용하지 않는 헬기장인지 잡풀이 우거져 있다. 석두봉이라는 닳아빠진 나무표지판이
     우뚝 서있다. 석두봉의 높이 982m, 출발하여 300미터의 완만한 산길을 3시간 걸어왔다.
     예정된 코스와 시간이 여유가 많았기에 천천히 걸어온 대간길이었다. 
     다시 녹음짙은 숲속 길을 밟는다. 

     얼마전 지인에게서 얻어 키를 삐죽 키워놓은 야생화 좁쌀풀꽃이 반가운 모습으로 선뵈었
     다. 개나리처럼 생긴 꽃모양에 엷은 노란색이 오종종하게 피어 덩굴식물로부터 포위를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당히 피어나는 좁쌀풀꽃, 누가 누구를 억압하는것이 아니라 공
     생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서로가 함께 살기 위한 상조(相助), 떼어 놓으려 발버둥치는 것
     이 아니라 참아가며 서로를 키워주려는 배려라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모든게 아
     름다워 보인다. 

      


     산죽이 군락을 이룬 밭을 지나다 수십년 수백년만에 핀다는 산죽 꽃을 보았다. 까맣고 길
     어 보리이삭처럼 생긴 것이 여기저기 꽃을 피어대고 있었다. 보기힘든 꽃을 보았으니 행
     운이 깃들지 않을까. 함백산에서 활짝피어 마음까지 주홍으로 물들였던 동자꽃은 대간길 
     만나기 힘든 모습으로 겨우 몽우리만을 살짝 보여준다. 능선에서 맞던 바람은 숨어숨어 
     우리를 땀의 포로로 만들고 11시가 조금 넘어서 자릴 마련하고 숲속의 만찬을 준비한다. 
    
     '뚝딱' 차려놓고 '뚝딱' 해치운다. 한여름 밥맛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많은 칼로리를 소
     비하며 오른 산 위에서 채워야 할 칼로리가 별로 당기질 않으니 계절 탓인가 보다.

     정오무렵 지나 닭목령까지 대간길 산행을 다시금 시작했다.
     현위치 화란봉 석두봉 982m 닭목재 백두대간 이라 써진 하얀 푯말이 참나무와 친구되어 
     서 있다. 이제 한시간 여만 걸으면 도착지점이다. 단체사진을 화란봉이라 써진 푯말앞에
     서 찍고는 닭목령으로 향한다.

      


     일상의 찜통 속에서 가만이 있어도 줄줄 흘러내리는 땀에 비하면 얼마나 비싼 땀이랴..
     안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 이열치열이라 하지 않았던가. 땀흘려
     오르는 산에서 사람들은 성취감을 맛본다. 송송 맺힌 땀방울이 주루룩 흐를때의 느낌,
     그 느낌이야말로 최고의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참나무와 노송지대를 지나 시간상 거의 도착지점에 다다른 듯 매우 이른 시각이다.
     며느리밥풀이 땅 위로 쑥쑥 자라 올라 있었다. 아직 개화전...
     옛날 여인들의 고된 시집살이의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꽃이 다음주 이어질 산행에는
     활짝 피어 우리들을 반기고 있지 않을까.

      


     감자밭을 끼고 있는 파란지붕의 집한채가 보이면서 우렁찬 환호성이 들린다. 
     도착지점 706m 닭목재이다. 강릉시 성산면으로 이어지는 국도에 위치한 닭목령..
     기념 표지석에서 개개인의 사진을 담고 삽당령에서 시작한 산행의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주 목요일 다시 닭목령에서 대관령까지 이어지는 대간길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