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치를 본다.
괜히 이말도 하고 저말도 하고
엉뚱한 옛날애기하면 난 감을 잡는다.
시댁에 또 무슨일이 있구만!
전화도 편지도 어떤대화도 모두 남편쪽으로 미뤄놓으니
뒷말이 안생겨 편하다는 것은 있는데
그 소식이 나에게 도착하는 것이 굼뜨다.
동서들도 옛날처럼 차라리 무시하거나 얕보던 그 형님이 아니고 보니
괜히 섣불리 건드렸다 된통 당할까봐 전화도 조심스럽게 나에게 한다.
" 저기 아버지가 요근래 건강검진하시는데...
니네 회사에서 하는 거로 다시 해보셨슴 하는디..."
그러면 그렇지!
나 보험회사다닌다고 그렇게 무시하시고 헐하게 보시더니
이젠 나에게 풀코스인 건강검진을 의뢰하셨다. 시어머니도 같이...
해드리고 싶은디..우리회사 고객이 아니어서...
난 그뒷말도 하고 싶지 않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닷없이 당신들 앞에 나타나 보험가입하라고 할까봐
애시당초 나에게 못을 박아 놓으셨다.
우리는 나이들어서 보험을 가입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그 뒷말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시부모님이름으로 내돈 넣고 계돈 내듯이 해 놓을 걸..
성격상 나에겐 이런 건 통하지도 않고.
연세드셔서 병원가보니 여기저기 불려다니다가 지쳐 결국 큰 며느리를 찾으시더란다.
" 큰 애가 병원일은 잘 안다는데..."
정작 시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직접하라고 시동생에게 재촉해도
시동생말이 시큰 둥하다.
" 형님에게 함 연락해보쥬"
그나저나 연세가 드시니 필요해서 찾는 큰 며느리가 나다.
이 한 여름에 수박이라도 시원하게 한 통 잘라 모두 나눠먹고 싶은데
속상하다. 어디가 아픈신지...
이 무더위에 잘 견뎌내셨슴 하는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