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시간이 지나간 것 같지 않은데 거울 속의 내 몰골이나 영감이 낮잠이라도 청하느라고 눈을 감은 그림을 보게 되면 세월이 많이도 지나갔구나 싶다. 영감이 아직도 보아 줄 만할 때는 나도 그랬겠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보다 영감이 아직은 보아 줄만한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짜리몽땅 겨우 160을 넘긴 내 키보다는, 180을 한참 넘긴 키의 영감이 솔직하게 말해서 보아 줄만 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지. 나는 보여줄만한 영감이어서라고 했겠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보여주고 자랑질할만한 꼴이 아니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나는 보여줄 만해서라고 했겠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아는데도, 영감은 데리고 다니기를 즐겨했다. 솔직히 180이 넘는 키의 체격의 영감을 다듬어 놓은 것을, 겨우 160의 짜리몽땅한 키를 다듬어놓은 것에 비교가 가당키나 하냐는 말이지.
지금도 간혹 듣기 좋으라는 말로 영감을 치켜세우지만, 세월과 함께 더 짧아진 내 기럭지가 더 볼성 사나운 게 사실이다. 영감은 한참 잘 나갈 때 그 그림이 지금도 보기에 어설프지 않게 보여지는데, 요새로 디스크협찹증이 내 기럭지를 이렇게 줄여 놓았는지를 며칠 전까지도 인지하지를 못했었다는거 아니겠어?
더 작아져도 좋으니 아프지만 말란다. 허영심일까? 자비심일까?
아무러면 어떠랴. 영감 말대로 아프지만 않았으면 옛날 호사가 다마라도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때가 있으니 어이 할꼬 어이 할꼬. 내가 착했던 것일까? 바보였던 것일까? 영감이 한참 잘 나갈 때,
셔츠도 죽으로, 넥타이도 죽으로 사다 안겼다. 입히면 폼이 났으니까.
다시 그 시절이 온다면
나는 다시 죽으로 사다 날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