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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BY 송영애 2005-07-06

 
    그 아이 송영애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넌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니? 우울한 표정을 짓던 그 아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내 안의 눈물을 울컥 쏟게 만든다. "전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 맛있는 갈비를 앞에 놓고도 아이는 음식을 맛있게 먹지를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인 그 아이는 식욕도 왕성하지를 않았고 한창 이파리 푸르고 싱싱해야 할 어깨가 앙상하다. 아이 엄마는 정말 착하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던 마흔 몇 살의 평범한 주부였다. IMF때 집안 살림이 어려워지자 살림만 하던 그녀가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가정의 행복전선에 이상기온이 감돌았다. 술도 마시지 못하고 노래방 같은 곳엔 아예 출입도 하지 않고 늘 고운 미소만 짓던 그녀가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며 노래방에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집안 살림은 그녀의 남편과 아이 둘이 주섬주섬 꾸려 나갔고 어쩌다 그녀의 집에 들러보면 그녀의 환한 미소는 창문 밖으로 달아 난지 오래였고 그녀의 집에서 홀로 짖어대는 메리만이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날 반겼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리운 집이었건만 그녀는 가족들의 웃음마저도 보따리에 싸서 어디론가 훌쩍 달아나 버렸다. 소문에 의하면 어떤 남자와 함께 떠났다고도 하고 홀로 방을 얻어 공장에 다니며 살고 있다고도 했다. 떠나버린 그녀야 어찌 살던 상관할 바 아니었지만 남겨진 아이의 가족들은 빼앗겨 버린 웃음을 되찾기는 참으로 힘들어 보였다. 오늘 그 힘든 아이가 날 울리는 것이었다. 남들은 고3이라며 엄마가 많은 것들을 해주지만 그 아이는 학교 다녀오면 청소하고 물 끓이고 애완견 밥 주고, 늦둥이 동생 목욕시켜 밥 먹이고...... 난 고작 돼지갈비 한 번 사주며 아이에게 생색을 내려 했던 것일까.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지 말 걸. 후회를 해봐도 이미 늦어버린 질문이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갈비를 먹고 아이의 기분을 풀어줄 겸 노래방엘 갔다 저 여린 녀석의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앙금이 쌓였던 것일까. 목청껏 노래하는 그 아이의 어깨 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이 아이의 기분을 어루만져 주고있기에 잠시 마음이 놓였다. 세상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아픔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픔을 겪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햇볕만이 쨍쨍 내리쬐길 바랬다. '민수야, 다음엔 고모가 해 주는 음식도 맛있다고 말해줄래? 그러면 고모의 마음도 한결 편해질 것 같은데......' 모든 것 다 잊고 즐겁게 노래를 하는 아이의 등에 대고 속엣 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