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5시...
바쁜 하루의 일상이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힘차게나를 깨웠다.
긴 하품이 끝나고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주방으로 향하여 오늘의 메뉴를 확인한다.
찌개소리가 요란해 질때면 새벽잠이 없는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방을 나선다.
"엄마 오늘의 메뉴는 뭐야?"
언제부턴가 아이는 메뉴라는 단어를 즐겨쓰기 시작했다.
"응,그냥 국."
무심히 대답는 나.
"그냥이 어딨어?"
"으응 그냥 아무거나"
"에이,엄마는 아무거나가 어딨어?엄만 것두몰라?"
눈길한번 안주고 부산히 움직이는 나를 보며 아이는 계속해 질문의 질문을 늘어놓는다.
"엄마 바쁘니까,그냥 방에서 놀아."
귀찮아 하는 엄마의 말투에 아이는 투덜거리며 냉장고문만 툭툭 걷어찬다.
"엄마귀찮게 하지 말랬지?"
"엄만 나 안 사랑하지?"
아이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하루에도 몇번씩 물어오곤 한다.
"엄마가 사랑하는데 지금은 바쁘니까 그냥좀 있어주면 안돼?"
"흥!엄마는 나 안사랑 하지? 바보뚱때이"
"너....자꾸그러면 ....."
"그러면 뭐?"
나의 하루는 언제나 이렇게 아이와 함께 실랑이하며 시작한다.
정말 참을수 없는 날은 나도 모르게 빗자루로 몇대 때리고나서 아이가 우는것을
확인하고 서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으로 몇번이고 되내이면서도 마음과 행동은 언제나 엇박자를 맞추고 있다.
9시가 조금 지나지 않아 유치원 버스에서 손 흔드는 아이를 뒤로 한체
출근을 서둘렀다.
바쁜 출근길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타고있다.
지하철 밖으로 간간히 피어있는 샛노란 개나리꽃은 벌써 봄임을 자랑하고,
그것이 있는지도 모르는듯 사람들의 시선은 저마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눈에 띄는 모녀가 동승했다.
짧은컷의 소녀는 이제15세나 되었을까.....
그 엄마로 보이는 그녀또한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심각한 표정의 두 모녀....
"엄마는 내 인생에 참견하지마."
"그냥 집에 가!"
완강히 거부하는 딸과 그 딸의 팔을 부서질듯 강하게 끌어안는 엄마.
"싫어.집에 가기 싫다니깐?"
"가!"
그리 크지않은 몸짓으로 두사람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지하철안의 누구도 그러한 그녀들에게 아무런 관심은 없는듯 했다.
무표정의시선들만 잠시 스칠 뿐 이었다.
"엄마가 뭔데?"
"......"
한정거장 지나서 문이 열리자 소녀는 뛰어나갈려 했지만
엄마의 몸짓에 저지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서로에게 결박당한체 한 참을 서 있었다.
나는 왜?그 모녀를 보며 눈물이 자꾸만 나오려 할까....
10대엔 누구나 반항을 하고 방황을 한다.
저 소녀처럼....그러지 않는 10대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도의 차이 이겠지.
나의 유년기는 그야말로 다시는 돌이켜보기 싫은 시절이다.
가난이 싫고 그 가난을 업이라 생각하고 삶에 충실했던 엄마가 싫었다.
아니 미웠다....
"난 엄마같은 삶은 안 살거야.차라리 죽어버릴거야. 왜 낳았어?
엄마가 나에게 해줄수 있는것이 뭐야!차라리 낳지나 말지."
엄마는 소리죽여 우셨다.가슴으로 울고 온 몸으로 우시기만 했다.
세상이 편해지고 이제는 나아진형편으로 돌아설 즈음 고단했던 당신의 삶과
그 삶의 무게만 더해준 나쁜 딸을 뒤로하신체 짧은 생을 마감하신 엄마.
아이는 가끔 물어온다.
"엄마, 엄마는 외할머니 보고싶어서 울지?
난 유치원에서 엄마보고 싶었어 울었어."
오늘은 집에가서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