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이 지난 조카는 아직 말이 늦다. "고모한테 인사해야지" 친정엄마의 성화에 녀석은 말대신 까딱 고개를 숙여놓고 생긋 웃는다. 녀석의 간드러진 눈 웃음에 난 홀딱 녀석에게 빠졌다. 늘 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닌 나의 존재가 새로운지 연신 내 주위를 맴돌던 녀석이 아주 천천히 내 곁에 엉덩이를 들이민다. 모르는척 슬쩍 엉덩이를 무릎에 올려 놓으니 내 눈을 바라보고 또 씨~익 웃어준다. '아이 착하네'''" 나의 애교에 녀석은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살을 부비고 앉아 이것저것 가르키며 알 수 없는 얘기를 해 준다. 그러다 녀석이 나를 이끌어 한쪽 벽을 가르킨다. 내가 아이를 키우던 그때의 낯익은 사진들이 벽에 떡하니 붙어있다. 수박, 바나나, 오렌지,사과, 참외.... 녀석은 말이 늦어 못해서 답답한지 과일들을 짚으니 날더러 읽으라 하는 듯 했다. 녀석이 짚는데로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내 대답이 끝난 만족한 미소로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녀석과 노는게 점점 힘에 부쳤다. 지친듯한 내 표정을 엄마가 읽어내시고는 녀석을 불렀다. "준원아 이리오렴 고모가 힘들다" 녀석은 쪼르르 할머니 품 속으로 가 버린다. "엄마 종일 아이 보려면 힘 들겠어요. 자꾸 엎지 말고 유모차 태워서 보세요" 내 말에 엄마는 웃으신다. "그래 요즘엔 녀석의 엉덩이가 많이 무겁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게...내 손주라고 무거운지 모르고 본단다. 남의 집 아이같으면 억만금을 줘도 못 볼것 같다." 욕심이란 말을 하시며 엷게 웃으시는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 가득한 행복한 미소가 아름답다. "이 녀석도 없으면 우리 늙은 내외 무슨 웃을거리있어 이리 하!하 !웃겠냐?" 엄마의 긍정적인 생각이 아이에게 다 전해지고 아이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토실하게 찐 살들이 단단하게 여물었다. 꼭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예쁜 녀석을 눈에 담아 집으로 왔다. 우리 아이 어렸을 때도 그렇게 예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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