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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BY 공간 2004-06-28

 

예전에 읽었던 책 중 하나인데요... 제목이 심상치 않아 오래되어도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독일의 은둔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쓴 것인데... 요사이 저도 모르게 자꾸 생각이 나네요.

소묘를 잘 그리는 여류 화가가..  '작품에는 재능도 있고, 마음에 와닿는  그 무엇도 있으나 깊이는 부족하다'는 비평가의 평론에 오래도록 고민하다 피폐된 삶을 살고 결국은 자살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녀의 죽음 후 그 평론가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인간적 관심과 예술적분야의 동반을 위해 집요하게 파고든 흔적이 보이며, 숙명적이다 못해 무자비하기까지 한 깊이에의 강요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하지요.

서너장에 불과한 아주 짧은 단편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한 개인의 깊이를 다른 누군가가 어줍짢게 규정내릴 수 있는가란 의문을 한동안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책 속의 평론가처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말을 바꾸며 남의 깊이의 부재를 얘기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살면서 자꾸 깊이없는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일이 생겨 우울하기 그지 없습니다.

요사이 우리나라 정부와 지도층이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련의 작태를 보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과 그에 상응하는 인간적 깊이가 있는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인간적 깊이... 그것이 우리 속에 내재하기 위해선 대단한 그 무엇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남을 나와 같은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해 보는 마음...행동에 앞서 한번 더 고민해 보는 마음... 그런것이 바로 '인간적 깊이'가 아닐까요?

온나라가 슬픔으로 잦아드는 이때..호화 회식을 일삼는 정신나간 일부 지도층. 재외국민의 보호가 기본 업무인 외교통상부가 본연의 자세를 잊고 고시나 패스하여 일신상의 부귀영화나 누리는 자리로 변질, 퇴색되어 버리는 현실을 보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릇 인간적 깊이란 스스로가 느끼고 깨달으면 되는 것일텐데... 그것이 마음처럼 행해지지 않는 소수의 엘리트들을 위해선 깊이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도 나쁠 것 없다는... 짧지만 거만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