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제 말을 아니, 아무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치아가 손 봐야 될 때가 넘어섰는데, 치과를 가자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미관상도 이제는 봐 줄만하지를 않고, 섭생을 하는 데에도 나이가 있어서 손을 봐야합니다. 기운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손을 봐야하는데,
"좀 있으면 아픈 거 가라앉는다."고 요지부동입니다. 엎어놓고 팰만한 덩치도 아니고, 이겨 낼 재간이 없어요.
우리 영감이 시골기질이 있어서 병원 가는 걸 그리 싫어합니다.
벌써 며칠 째 못 먹고 고생을 하면서도 고집을 부립니다. 어려서부터 별명이 <황소고집>이라지요.
어린사람이라고 닦달을 할 수도 없고, 체격이나 적어야 묶어서 업고 다니지요. 아직도 살날은 창창한데 저리 고집을 부리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나도 지금 다른 이들 같으면 수술을 받는다고 한 수선을 떨 텐데, 아직은 견딜만해서 주워들은 풍월로 잘 지내고는 있습니다. 영감의 치아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손을 쓸 수준이 아니잖아요.
"당신한테 치료비 내 놓으라 하지 않을 터이니 어서 일어나세요."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워낙 황소고집이라도 들어야 할 말은 들어야지요. 아이들이 차례대로 와서, 아무리 설득을 하려 해도 요지부동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