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희집 귀염둥이 막내, 진방이의 일기장을 찾아냈습니다.
로마의 이틀째 이야기는 이 아이의 일기를 옮겨보겠습니다.
"2003.8.8. 바깥은 덥고 박물관과 까따콤베안은 쉬원함.
바티간시국에 갔다.
전철타고 갔다. 줄이 엄청 많았다.
들어가니깐 시원했다. 관이 엄청 많았다.
미이라가 신기했다.
베드로성당에는 신기한게 별로 없었다.
점심먹고 낮잠자고 까따콤베로 갔다.
버스타고 갔다.
엄마가 버스에 소매치기가 많을거라고 했는데
한명도 없었다.
까따콤베는 땅굴이라 무서웠다."
저녁 준비를 하는동안 아이들에게는 샤워를 한다음
일기를 쓰게했는데
이아이들은 괴발새발 후다닥 써갈기고는
셋이 모여 킬킬 거리며 장난질을 하고 놀아대더군요.
연년생인 큰애와 둘째는 어렸을때부터 싸움하는일이 없이
사이좋게 놀고 중학생인 지금도 친구같은 남매로 보기 좋답니다.
이다음에도 둘이 여행을 간다면
안심하고 엄마가 보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거나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보는 솜씨가
새시대의 감각을 타고난 아이들이
엄마아빠보다 재빠르기도 하더군요..
바티칸 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
저희는 새벽 여섯시 반쯤 일어났습니다.
애들은 졸음에 겨워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일찌감치 바티간시국으로 갔답니다.
교황이 머무시는곳.
한낱 로마시장이 하느님 다음순번 교황님께 로마시민권을 부여할 수 없어
만들어진 교황님의 나라.
그 높은 담장앞. 새벽부터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틈에서
저희도 안내책자를 들여다 보며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문열기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고 차례가 되고
보안검사,입국검사를 받고 그 유명한 바티간 박물관에 입장을 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비전문가의 눈으로는 대영박물관보다
훨씬 알차고 볼것이 많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옛날 로마의 교황청,
그 신을 대신하는 높은 위상과 힘과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습니까.
그 교황청에 부속된 바티간 박물관엔 정말 진귀한것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이집트관과 올림포스 신들의 조각상에 관심을 많이 보였으며
특히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만화로 많이 알려진 그리스신화때문에
막내에게 조각상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아이도 어른도 박물관 구경이 재미졌습니다.
유명한 그림이 있는방들 중에서도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그림을
아이들이 흥미로와했습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아테네학당의 그림속에서
디오게네스며 소크라테스,피타고라스, 유클리드 같은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시간, 즐거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가 압권이었습니다.
놀라움이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악!
소리가 튀어나오는 천정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입니다.
그림에 대한 제느낌은 생략하겠습니다.
제표현력으로 함부로 얘기할 그림이 아니라서 입니다.
푹푹찌는 날씨, 생수값도 만만치않게 들어갔습니다.
수돗물.... 그걸 그냥은 못마시겠더라고요.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끌여보면
뿌옇게 되는것이.. 영 미덥지가 못하고
괞이 마셨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큰일이니
돈이 들더라도 꼭 물은 사서 마셨습니다. 스위스를 제외하곤.
연신 물을 마셔가며
베드로성당도 둘러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성당이더군요.
그 왜, 연초나 크리스마스때
곧 앞으로 폭 쓰러질듯한 자세로 휠체어에 앉은 교황님께서
간신히 손바닥을 펴 들고 어린아기 빠이빠이하듯 흔드시는곳.
그베드로성당말입니다.
그성당을 짓다가 돈이 모자란
교황이 면죄부를 팔다가 칼뱅,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
우리가 중학교때 배웠지요?
그렇게 큰 교회가 하느님을 위해 지어졌을까요?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큰 건물을 기뻐하시며 그곳으로 임하실까요?
모두다 인간의 욕심인것이지요.
그 커다란 베드로 성당안엔 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빈치의 성모마리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숨을 거둔 아들을 안고있는
처연한 모습의 피에타 상과
수많은 신자들이 쓰다듬고 지나가 노랗게 반짝이는
베드로성인의 발.
우리나라 단체관광객을 따라다니며 가이드가 날리는 설명을 주워듣고
사진찍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먹고 낮잠자고
카타콤베로 갔습니다.
저는 아직 종교가 없습니다...
까타콤베..
기독교가 로마정부에 인정받기전
초기기독교인들의 박해시절
기독교인들이 숨어살던 땅속 세계입니다.
도데체 종교가 뭐길래
신앙이란게 뭐길래
사람들은 땅굴을 파고 숨어들어 햇빛 한줄기 없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그것을 지키며 살아 갈 수 있었던건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 생각, 신념, 신앙
그런것들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했답니다.
까타콤베안은
서늘하고 어둡고 이리저리 뚫린 굴을 혼자 잘못 들어가면
절대 길을 찾을 수 없어
안내원을 잘 따라 다녀야 하는곳이었습니다.
돌아오는길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려고 기다리는데
웬 늙수그레한 아주머니가
식빵 두봉지를 들고 비둘기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춤추듯 식빵을 이리 저리 던져 주는 뚱뚱한 아줌마를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혼자 신바람이 나서 다라이만한 궁뎅이를
씰룩씰룩 흔들어가며
비둘기떼에 둘러 쌓여 먹이를 주는 그아줌마에게서
외로움같은것이 느껴졌습니다.
과장된 신바람속에 묻어있는 외로움.
참, 쓸데없는 감상 .
제가 버려야할 여러짓거리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