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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BY 정예현 2003-07-02

칠월을 태양의 달이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밝고 뜨겁구요, 건강한 계절이어서
흡사 크레파스를 이겨 붙인 것 같다고 했는데요.
오늘은 비가 그치고 난 뒤여서
눈이 부실 정도로 더욱더 싱그럽습니다.

저는 오늘 이런 칠월의 상큼함과
마음속의 잡념들을 떨쳐 내기 위해서
운동화끈을 동여맨채 출근했습니다.

자동차의 소음과 맑지 않은 공기,
시민들의 무표정한 시선이 약간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길을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죠.

회사로 출근하면서 길거리에 피어 있는 꽃들을 봤습니다.
개망초꽃,수국,원추리,능소화,금계국,철이른 코스모스 한송이와
청포도가 익어가는 포도줄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분들을 너무 예쁘게 늘어 놓은 아름다운 집도 지나구요,
건물 외벽을 나뭇잎색으로 칠해 놓아
보기에도 이국적이었던 음식점도 기억이 납니다

두 손을 마주 잡고 행길을 가던 노부부의 행복과
우산을 붙잡고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선남선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가끔 길을 걷는 것은
일의 피곤함을 잊어버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리를 가득 메우고있는 차들이 조금만 줄어들고
걷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진다면,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볼 수 있고
서로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