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시누는 해물과 과일을,
둘째시누는 갈비거리와 국거리 고기를,
세째시누는 부침준비를, 막내시누는 튀김을...
언니는 허리 아프니 쉬라며, 며칠전부터 시누들끼리 전화로
어머니 생신준비를 챙기더니 어제 모두들 모였다.
두가지의 김치까지 챙겨온 큰시누는 집안의 큰언니 노릇을 완벽히 하며 나이어린 올케언니를 염려함이 역역하다.
대충 준비를 해놓고 저녁은 많은 식구 챙겨 먹기 힘들다며
외식을 하잔다.
더많은 식구가 모여도 나혼자 거뜬히 소화해내며 손님을 치루었었는데
열댓명 힘들다고 사먹고오는 차안에서 갖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하나땜에 여럿이 고생을 하나싶고,앞으로의 일이 걱정이고.
엊저녁 대충 준비를 해 놓고 잤지만 여럿이 먹는밥은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하는데도 식사시간이 이르지 않다.
시누넷이 나와 주방가득 거들고, 언니를 챙기지만 나는 여전히 너무 힘들어 정말 여러번 눕고 싶은걸 참는다.
쉴겸 그이 점심교대차 가게로 나왔는데, 쓰러질것 같이 몸이 피곤하다. 욱씬거리는 다리가 너무 아프고.
긴의자에 몸을 눕히니 저아랫 나락으로 꺼져내리는 몸이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조차 뺐는다.
잠이 오는듯도 하고, 팔의 무게가 무거워진 것도 같고 ...
한참을 누워 있었나 보다.
단골손님이 와서 "아줌아, 자?"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몸이 이러면 정말 안되는데...
콧등이 쏴~하고 눈이 흐려온다.
열심히 살았는데, 힘들어도 참으며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이고통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된다면, 너무 힘들어서...
청승맞게도 왠 눈물이 눈을 넘쳐 흐른다.
화장지를 둘둘말아 코를 풀어도 보지만 귀만 멍멍 할뿐,
여전히 눈물은 코를 막아 버린다.
싸늘한 갈바람 탓이지 싶어 열린문을 닫고는 의자에 깊숙히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답답한 가슴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
거울을 보고 한번 미소를 지어본다.혼자서.
어이없는 웃음으로 거울속에 있는 나를보며 나이가 몇인데 계절병을 앓느냐고 질책해 나무란다.
내일은 그이 아지트에 포크레인 공사를 한댔는데,
뭘 사다가 일하는사람들 밥을 해주지?
한국화 배우러 문화원 가는날인데 가게는 어쩌지?
걱정거릴 머리에 채우니 맘과 몸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러며 사는거지뭐...
큰 한숨이 흐느낌처럼 시원스레 나오고 가슴속의 답답함이 녹아 내리는것 같다.
오후일곱시가 채 안됐는데도 벌써 어둑어둑 해지는 건,
가을이 많이 깊어지고 있는건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