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가 넘었는데 아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학원에서 시험준비를 시키는 모양이다 싶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는 동안 시간은
한 시간이 지나 있었고 새벽 한 시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그만 깜짝 놀라 학원엘 전화를 했다.\"열시쯤에 집으로 갔는데요..\"
그 시간에 전화를 받은 선생님도 당황스러워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불안과 초조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남편을 깨우고 남편과 함께 파출소로...학원으로...피씨방으로...
한 시간을 헤매다가 집으로 들어오니 두 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요즘 공부하기 너무 싫다 더니...
자꾸만 마음에서부터 화가 치밀러 올라온다더니...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더니...
많은 생각이 교차 되었다...
신고 싶어 하던 신발을 큰 맘 먹고
딱 한 번이다라는 약속과 함께 거금 주고 산 그 신발을 신고 나가더니
나쁜 녀석들에게? 아님 사고? 가출? 도대체가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난 이미 이성적일 수 없었다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비록 요즘 나랑 잘 다투긴(?)했어도 마음이 모진 아이가 아닌데...
올해 첫 가을 추위는 왔고 아이는 옷도 얇게 입었는데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던데...
그동안 난 아이에게 너무 \"말꾼\"이었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 했는지도 몰라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느낀 쓸쓸함에 대해 너무 많이 표현했던 것 같아...
그랬다... 난 울었고... 아이의 침대 모퉁이에 앉아 생각하지 말아야 할 온갖 나쁜 생각들로
떨고 있었다...
남편은 두 시가 훨씬 넘은 그 시간에 담임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정말 죄송한데요...
아들의 집 근처 반 친구 집 전화번호 좀 알 수 없을까 하고요...\"
선생님은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고
요즘 아이가 마음이 많이 복잡한 것 같더라는 말을 들려 주셨다...
일 학기 때 보여 주었던 공부에 대한 열심히 많이 나태해져 있음과
학습 태도가 그전 같지 않아 지켜보았으나 품행이 변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아
그저 격려하고 계신다는 말씀과 함께...
그러는 동안에 시간은 흐르고 새벽 세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밖에서 남편과 나는 계속 서성거렸고
옆라인 아이의 친구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시간에 나는 조금 떨이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고 친구 엄마는 아이가 잠이 들었노라고...
집에 키가 없어 잠시 들어 와 있겠다고 해서 그러라 하고 자신은 그만 잠이 들어 버렸고
아이도 잠이 들어 버린 것 같다고... 기가 막혔다...
남편과 내가 금요기도 모임에 다녀온 시간이 열한 시였고 키를 가져가지 않은 아이는 옆집으로 갔고 집에 있던 동생은 잠이 들어 있었던 거였다
아이가 들어 오자마자 키를 확인했으나 갖지 못해 나는 키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말이다.그렇게 세시가 넘어서 아이는 집으로 왔고 우리의 마음으로부터의 전쟁은 끝이 났다.
새삼 엄마다움에 대해, 아빠다움에 대해, 가족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하루고
두 시간 삼십 분 동안 있었던 그 불안으로 인해 난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아침도 점심도 먹히질 않으니...
아이는 앞으로도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와 많은 대화가 간혹 아이에게 엄마라는 틀을 안겨 줄 수도 있어
다시 한번 간섭과 관심의 차이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된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지금 책상에 앉아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할 거다. 첫 아이는 늘 시행 착오를 겪으며 그렇게 나도 엄마가 되고 아이도 어른이 되어 갈거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가을색이다. 아이에게 하늘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잠깐 아이랑 가을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할까 보다... 가슴 크게 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