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래간만에 전철을 타고 친정엘 다녀왔습니다.
우리 친정집은 수원에서 조금 벗어난 봉담입니다.
매번 갈때마다 신랑이랑 같이 가게되어서 전철을 이용해본것이 몇년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원역을 가려면 화서역을 지나야 합니다.
화서역을 들어서면 전 생각나는 분이 한분 계십니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항상 마음속에 그리던 분
바로 정 채봉 선생님이십니다.
화서의 옛 지명이 꽃뫼라는것도 그분의 책에서 알게 되었고.....
그 분이 사시던 곳이라서 더욱 정이가는곳
화서............
전철을 타고 다니신다고 글에 써 있어서 살아계시던 그때
혹시나 내가 운이 좋아서 그 분을 뵐 수 있을까 싶어서 전철을
탈 때마다 두리번 거리곤 했었습니다.
화서역엔 아직도 개태라는 선생님댁 개가 살고 있을것 같고..
선생님도 아직 살아계셔서
짧지만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고 계실것 같기도 하고...
티비에서 선생님 사망 소식을 듣고
한없이 퍼져 앉아서 우는 날 보고
우리 신랑은 쟤가 도대체 왜 저래 하는 그런 눈빛으로
절 쳐다 보았지요.
너무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그 분의 어머님이나
홑이불인줄 알고 끌어다 덮으려고 했던
창호지를 통해 들어온 달빛이며...
그 모든것이 제겐 너무나 소중한 삶의 향기가 되었고
바람이 달다고 말한 그 분의 어린 딸이
아버지를 이어서 작가의 길을 가는것을 알고
참으로 뿌듯해 하는 그런 독자인데...
이젠 화서역을 지나면서 생각하게 되는 그 분은
이 세상 분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그 분이 남기신
그 아름답고 짧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많은 글들이 있어서
그래서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엔 한번 화서역에 내려서
개태야~~~~~~~~~
하고 한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그럼 어딘가에서
정채봉 선생님댁에서 크던 그 개가
한걸음에 조르륵 달려와서
낯 모르는 나를 반겨줄것 같은 그런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