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구 작 <부분이 전체에게 에서 발취>
책과 신문을 자꾸만 멀리 하게 되더니
마흔다섯에 접어들어
드디어 안경을 쓰게 되었다
안과의사는 말했다
원시가 되었다고 했다
원시는 나에게 말했다
가까운 앞만 보지말고,멀리 넓게 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근시로 얼마나 많은 편견과 편협속에
살아왔느냐고 했다
나이값을 하라고했다
작은 글씨가 안보이고,큰 글씨만 보이는것은
째째하고 시시하게 살지말고
선이 굵고 크게 살라는 것이라고 했다
부분만 보지말고 전체를 보라는 뜻이라고 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지말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이글을 보면서 벌써 돋보기를 써야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허무해 했었는데
한결 위안이 되었다
날마다 배달되어오는 지역광고지를 보면서
보이지 않는 깨알같은 글을
돋보기를 쓰지 않고는 보기 힘들어 하는나는
평소에는 될수있으면 안경을 쓰고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급히 찾아야할 것들이 있다든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때는
어쩔수없이 안경을 찾아 써버린다
처음 안경을 쓸때는
별로 힘들지 않더니 지금은
썼다가 벗으면 바로 보이지가 않는다
정말 앞의 조 석구 님의 말대로
좀더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넓고 멀리서 보라는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젊은 20대 에는 밥을 얼마간 안먹고
공부를 한다든지 고민을 해도
별 이상을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만 속을 끓인다든지
풀리지 않는 일들로 밤을 설치면
금새 피곤해진다
어릴땐 호호 할머니가 되어야 쓸줄알았던
돋보기를 벌써 내가 써야 할 나이가 된것이
내가 감당할수 없는 황당으로 다가왔지만
이것이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고
좀 더 멀리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보라고 만들어주신 선물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항시 싱싱한 수선화같은줄만 알았던 생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눈부터 느?퓟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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