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의 단잠에 빠져있던 나를 깨워주는 초인종 소리가 났습니다.
아침부터 누구람.... 툴툴거림과 함께 인터폰을 드니
시부모님들께서 오셨더군요.
이렇게 일찍 왠일이세요? 화들짝 놀라서 경황없이 문을 열어 드리니
보따리 풀러놓으시며 작은 아이 걱정을 하십니다.
며칠간 감기기운이 있어 병원에 다니며 기침이며 콧물이며
다 치료받고 이제 다 나은 것 같은데 ......
최근에 일본뇌염 경보가 있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방학동안 시골에 다녀온 아이들이 행여 뇌염 모기에
물리기라도 한 건 아닌지 영 마음을 놓지 못하였나 봅니다.
잠복기가 2주라더라..... 치료해도 완전지 낫질 않는다더라.....
각종 뉴스 매체에서 들으신 보도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제밤에 큰 딸아이가 할아버지께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아마 그간 동생이 감기에 걸려 어디 어디 아팠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아마 그게 뇌염 잠복기 증상 쯤으로
알고 밤새 걱정을 하셨다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잠시후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시아버님께서는
제게 열일 다 제쳐두고 내일은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기분이 묘하더군요.
자신이 마치 무슨 의븟엄마라도 된 기분 ......
내 자식일에 나보다 더 마음이 타는 이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키운정이 무섭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며느리가 못미더워서 그리하시는가 서운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일이 바쁘다고 해도 자식이 아프면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열일 다 재쳐두고 자식을 돌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건만
내가 아무리 일에 열심이어도 우선순위가 일은 아니었음에도
부모인 나 보다 더 걱정을 하시니 그것마저 부담스럽고 그랬습니다.
나이가 적어 사리분별 못할 사람도 아니고.... 처음 키워 보는
자식도 아닌데 그냥 내게 맡겨 두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을 가슴에다 묻고서 소리없이 아침상을 준비하여
아침을 드시게 했습니다.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이라면 아무리 옆에서 말려도
듣지 않으시는 그런 분이시기에 시어머님의 만류를 뿌리치시고
아마도 밤새 잠못이루시다가 새벽같이 달려오셨지 싶었습니다.
멀쩡한 아이를 보시고는 한시름 놓으셨는지
괜히 휘발유만 없애고 새벽부터 왔다고....
그래도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론 아는 게 병이 될 수도 있지 않은 건지요?
너무 많이 알다보면 그 만큼 필요이상의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 때가 있었던 적이 누구든 있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아프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자라는 거라는 생각을 가진
엄마와 행여 바람이라도 불면 당장 큰일이라도 나는 것 처럼
생각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둔 아이들이
중간에서 어떤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아야 할 터인데 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 자신의 방식대로 자식을 키우고 살겠지만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이렇게 많이 다르게 사랑을 표현하고
사는 듯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 때문에 아이들의 이불 단속을
하는 엄마, 뭐 한가지라도 더 챙겨먹이기에 바쁜 그런 엄마이지만
그 분들의 눈에는 아직도 내가 초보 엄마처럼 보이는 가 봅니다.
어찌보면 완벽하게 살진 못하지만 나름대로는 늘 최선을 다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런 내 사랑과는 또 다른 사랑이
이 아침에는 왠지 힘겹게 느껴집니다.
부모님들의 자식걱정.... 손주들 걱정.... 그런 것들을 다
헤아리진 못한다고 해도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도....
아직도 난 다 알지 못하는 가 봅니다.
자식이 늙어 죽을 때까지 부모는 아마 물 가에 어린 아이를
내어 놓은 심정으로 산다고 누가 말했다 하지요?
그 모든 것들이 아주 각별한 사랑에서 기인되었다고
나는 그리 생각하려 합니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참 좋겠다고.....
그런 사랑을 주실 수 있는 부모님이 아직 계심에 감사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그래도 왠지 내 삶의 영역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조금은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는 건 왜인지요?
그 아주 특별한 사랑에 가슴이 아려오면서도
뭔가 이야기할 게 남아 있는 사람처럼 미진한 가슴에 남은 그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를 받아드는 아득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