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옮겨놓는 걸음걸이가 못내 위태로와 보이는 허리가 잔뜩 굽은 할머니,
그 할머니의 등뒤로 봇짐이 올려져 있다.
온몸을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 마저 비틀려 늙고 힘들어보였다.
조심스레 더듬거리며 발걸음을 떼어놓던 할머니는 숨을 고르더니 내 물건을 펼쳐놓은 난전 쪽으로 등을 지고 그자리에 그냥 주저 앉는다.
걸음 옮기는것 마저 힘들어 가던길을 멈추고 쉬시는모양이구나..하는 생각에 할머니쪽으로 다가서니 낮은 노랫가락이 들렸다.
'괄세마오.. 괄세마오.. 늙었다고 괄세마오...
돌려다오.. 돌려다오.. 내청춘을 돌려다오..' 소리나오는데로 읊조리는데 이젠 손도 들어올리시며 장단을 맞춘다.
'할머니, 노래 잘 하시네요. 힘드신데 뭐하러 나오셨어요?
병원에 오셨어요? 쉬었다 가시게요?'하니
할머니는
'나는 나는 꽃장사요, 늙은할미 꽃장사요. 내 꽃 한번 보고 가시구려'하는 말씀이 곧 노래가 되어 흐른다.
할머니의 행색에 관심을 기울이던 주위사람들도 당신의 근사한 대답에 모두 고개를 빼고 쳐다보다 웃는다.
할머니는 등에 맨 봇짐을 풀어놓는데 몇겹으로 감아낸 봇짐안에서는 온전하게 캐낸 꽃나무가 아니고 반쯤 뿌리가 잘려져 나간 꽃나무 한그루와. 몇개의 구근이 나온다.
그리고 검정 비닐봉지를 거꾸로 들어 흔드니 담겨져 있던 꽃잎이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할머니, 이게 무슨 나물요? 원추리도 아니고..먹는거예요? '하자
'이 나물은 꽃나무에서 딴 꽃나물요. 삶아 무쳐 먹으면 맛있는 꽃나물요.'하신다.
'그러니까 할머니 ,무슨 나물이냐구요.
내 할머니거 팔아주려고 하는거예요. 알아야 사가지요.'하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고 저게 무슨나물일까 하는 대답을 기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꽃나물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꽃나물요.'하는데 대답을 기다렸던 아주머니는
'할머니 제정신 아닌가보시네. 그냥 꽃잎을 따오셨나보네.'하고는 지나간다.
'괄세마오, 괄세마오. 늙었다고 괄세마오.
옛날에는 나도 꽃같은 처녀였다오. 내청춘을 돌려다오'
엄마 손잡고 구경하던 다섯살정도 되보이는 어린아이는
'엄마, 할머니 이빨이 하나도 없어, 귀신인가봐 '하고는 가자하며 손을 끈다.
그 꼬마의 소리에 노래 부르시던 할머니도 웃고 구경하던 사람도 웃고 아이의 엄마도 웃으니 할머니의 하얀머리가 신기한듯 다가서서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만져본다.
꽃나무 구경꾼의 한사람이였던 아저씨가 '할머니 이 목단화는 얼마요?'하고 물으니
'우리 영감 살아생전 제일 좋아한 꽃이 이 목단화요.
자고 일어나면 온 마당안에 목단화가 넌출넌출 피어 춤을 추고 있는디 온마당이 다 꽃 천지요. 꽃 잔치요. '
'그러니까 할머니 그 목단화 얼마냐구요. 뿌리도 반은 잘렸네, 제대로 캐와야 살아나지?'하니
'만원만 줘~!'
'만원요? 아니 저 밑에 가면 뿌리가 실한것도 오천원인디
이왕이면 할머니 몸도 불편한것 같아 빨리 팔고 들어가시라고 팔아줄려고 하는디 할머니 사람잡것네.'하는 목소리에
주위에 구경꾼들이 '그려, 맞네. 할머니 만원은 못받으니께 오천원에 팔어유.
그래도 잘 파는거유. 빨리 팔고 들어가유. 임자 있을때 팔아유.'하고는
구경하는 사람들 마음이 더급하다.
구경꾼들의 응원에 흥이나신지 가격 흥정은 하지않고
'괄세마오.. 괄세마오.. 늙었다고 괄세마오...
돌려다오.. 돌려다오.. 내청춘을 돌려다오..'
'줄거유? 안줄거유? 누가 괄세했다고 그려' 아저씨 갈길이 급한지 목단화 들고 서면서
'뿌리가 잘려서 살아나기나 하려나 모르겠네. '하자
노래 부르느냐 정신없는 할머니를 대신해
'그건 끈질겨서 살아나유. 목단꽃이 소담스러운게 엄청 여뻐유.'하고 맘변할까 싶어 주위에 홑잎나물 팔러나온 아주머니께서 서둘며 오천원 받아 든다.
이제 할머니에게 남은 물건은 함박꽃 여섯뿌리와 꽃나물 천원어치다.
지나가는 사람이 묻는다.
'함박꽃은 얼마유? '
'한뿌랭이에 오천원'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예? 한뿌리에 오천원? 할머니 부르는게 값인게벼유, 저 다리옆에 꽃장사는 싸놓고 팔아도 삼천원인데. 하고는 어이없다는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자 '그럼 세뿌리에 오천원줘.'한다.
로즈마리, 신비디움,베고니아, 신답서스,외국 꽃이름에 익숙해져있던 나는
백일홍,해당화, 동백꽃 목단화, 함박꽃, 시골집이 그리워지는 촌스럽고 정겨운 우리 꽃이름을 들으니 아...불쑥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한결 다정해진 할머니의 꽃나무앞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고
'할머니 그꽃 제가 다 살께요. 정말 할머니네집 마당이 온통 꽃 천지예요? 저 할머니네집 구경가도 되요? 하니 또 노래가 대답이 되어
'
그럼, 그럼, 우리집마당은 온마당이 꽃천지여, 장독대도 꽃에 파묻혀있고, 뒷산도 우리집 꽃밭에 묻혀 뻐꾸기도 울고가고, 우리영감 살아있을적 돈이라고 생기기만 하면 꽃나무를 들고 와가지고 설라무네 지금 우리 아들도 꽃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장가도 못가고 있네. 어디 꽃같은 샥시 없을까,
넌출너출 꽃들이 춤추는 우리집, 근디 참말로 샥시가 이꽃 다 사갈텨? 참말인감? '
네, 대신 할머니네집 구경가도 되요? 어디인데요?'
'천지가 다 우리집여, 저 앞 산도 들도.냇가도.
그런디. 이 꽃나물도 사. 오백원만 줘,''
'할머니네 동네가 어디인데요? '
농협 계단뒤에서서 내내 바라보던 아저씨 께서
'저 할머니 보살펴 주는이 없이 혼자 살어요, 아들 없어요, 그런데 저 꽃은 어떻게 캤나 몰러, '하는데
주저 앉아있던 할머니께서 다시 빈 봇짐을 챙기어 일어서며 가시는데 하얗게 세어버린 할머니 머리위로 뒤따라 가는 햇살이 나비처럼 아질아질 사뿐사뿐 따라서는데...
'괄세마오.. 괄세마오.. 늙었다고 괄세마오...
돌려다오.. 돌려다오.. 내청춘을 돌려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