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남동생이 지나가는 길이라면서 집에를 들렸다.
점심을 안먹었다길레 새밥을 해서 곰탕하고 조기한마리 구어서
차려줬드니 며칠 굻은 이도령처럼 후딱 묵어 치웠다.
"요새 직장 잘 나가니?"
"아니 그기 그만 뒀어. 누나"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이 인간. 너 정말 못말린다. 왜 한곳에 찐득하게 못 있니?
너 나이가 몇살이니?"
속이 상해서 옛날처럼 한대 쥐어박았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하고
팍 째려봤다.
정말 그랬다. 이 아이는 역마살이 끼었는지 직장을 이리 저리 잘도 옮겼다.
몸이 허약해서 방위로 군생활을 마감했고 귀가 얇아서 누가 뭐라면 그쪽으로
솔깃하니 말을 잘들어 사기 당하는덴 도가 티일 정도였다.
그런 막내를 바라보는 부모님은 부모님데로 걱정이시고 나는 나데로
남편보기도 민망하고 속이 상했다.
여자는 친정이 번듯하게 잘 살면 어깨에 힘이 생긴다.
꼭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라 왠지 친정이 못살면 나도 모르게 시댁 식구한테도
기가 죽는것 같다.
시댁식구 돈 주는건 당연하고 친정식구 돈한푼 줄려면
이리 저리 눈치에 거짓말도 시켜야 한다....내 경험으로는.
아무리 부부 일심동체라자만 친정쪽의 안좋은건 절대 남편한테 알리고 싶지
않는 법이다.
남동생은 공부도 제법 잘했는데 역마살이 끼었는지 직장을 이리 저리 잘도
옮겼다. 그러다보니 돈도 모우지도 못하고 항상 부모님 걱정을 끼쳐 드렸다.
"너 제발 좀 괜찮은데 자리 잡아서 인제 좀 번듯하게 정착해. 내가 빈다"
어릴때부터 내가 키우다싶이 한놈이라 연민의 정이 쏟아올라 눈물이 다
날려고 하고...
"누부야 갈란다. 나도 맘데로 안돼서 그래......"
축 처진 어깨로 나가는 놈한테 만원짜리 다섯장을 접어서 줬드니
미안타며 받아 넣었다.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프고.....
언젠가 동생얘기가 나와서 울 남편하고 쌈한적 있다.
"처남 요새 뭐해?"
"뭐하긴. 직장다니지"
"또 옮긴것 같든데...도데체 왜그래. 참 못말린다"
남편은 걍 무심하게 한 말인데도 난 너무 속이 상했다.
(지가 내동생한테 뭐 잘해준거 있다고) <----요건 내 속으로 한말.
사실 내가 욕하는건 괜찮은데 남편입에서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내동생이
하찮은 대접을 받으니 자존심이 무지 상했다.
"하이구 냅둬요. 걔가 어떤데... 당신 동생은 어지간히 잘났다"
괜히 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 친정얘기다 보니 초연하게 들을수가 없었고
결국 웃대 조상까지 다 들먹이면서 쌈을 했다.
친정이 시댁보다 못 사니까 참 속 상한다. 누가 뭐라 그러는것도아니지만...
시댁식구는 오면 항상 당당해 하고....
친정식구는 오면 항상 눈치를 보게 된다.
시댁식구들 오면 울신랑 아무리 바빠도 구경시킬거 안시킬거 다 시켜주면서
내 친정쪽으로 누가 오면 슬며시 나한테로 다 미루어 버린다.
알아서 하라고....
얼마전에도 그랬다.
시골에 내 친정 이모님이 많이 편찮으셨다.
그래서 밥묵으면서
"아이고 이모님이 많이 편찮으시데요. 속 상해 죽겠네.
주말에 내려갔다올까?" 했드니
"뭐? 그래? 클났네. 주말에 내하고 같이 갔다오자"
난 엄청 감격했다. 울 이모 아프다는데 남편이 이리 신경써서
그 먼곳까지 갔다온다니.....
그런데 어쩐지 말이 핀트가 안맞았다.
"돌아가심 안되는데. 노환이라서 걱정이네. 우선 전화 좀 걸어봐.
날 얼마나 좋아해주셨는지 몰라"
"아니 어느 이모 말하는거라요? 고령에 울 이모 말하는거 아니라요?
"뭐? 아이구 부산 이모 아니고 고령이였나? 말을 좀 분명히 해라"
나는 울 아모를 얘길 했는데 남편은 자기 이모를 얘기했고 일단은
자기 이모가 아닌데 조금 안도하는 눈빛이 보이길레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아니 울 이모는 죽으도 괜찮고 당신 이모는 죽으면 안되나?
사람이 심뽀가 뭐그래? 진짜 속보인다"
"넌 뭔 말을 그리해?"
그래서 또 니잘했니 나 잘했니 피창터지게 쌈하고...
아 우리 친정이 시댁보다 더좀 번듯했슴 좋겠고 내 동생도 좀 삐가뻔적해서
누나 자존심 좀 올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친정만 생각함 가슴이 싸하니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