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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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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처럼 짖밟히어도


BY 잡초 2002-12-17

오늘, 시어머님의 기일이다.

미리 쉰다는 말을 주인측에 해 놓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난 퇴근을 하였다.
아이는 컴퓨터를 하고있었고 누군가 왔다간 흔적에 난 아이에게 묻는다.

" 아빠 왔었어 "
" 그랬구나. 왜 오셨었니? "
' 하수도 고치고...나 저녁사주고 그리고 내가 아빠에게 물어봤어"
" 뭘? "
" 아빠 언제 들어오실꺼냐고. 그리고 주무시고 가라고 "
" 그랬더니? "
" 엄마랑은 안맞아서 못산대. 그리고 여기서 자면 불편하다고 아빠집에 갔어 "

뻔히 그렇다는걸 알면서도 난 또다른 배신을 확인받고자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내 핸드폰은 안 받기에 집전화로 전화를 하니
내 목소리를 확인한 남편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뜸 왜? 라고 묻는다.
" 내일...어머님 기일인데 당신 올거지? "
" 아니, 안가. 나 당신얼굴 보고싶지 않아 그리고 당신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아.
그러니 전화 끊어 "
" 저기...여보! "
" 여보라고도 부르지마. 나 당신 남편아니야. "
" 나...한번 만나주면 안될까? "
" 필요없어 끊어 "

남편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둘러 내 전화를 끊으려 하기에 다급히 나는 부른다.
" 여보 잠깐만. 전화 끊지마 "
" 왜에? 뭐 할말이 있다고? "
" 돌아...올꺼지? 우리에게 언젠가는 돌아올꺼지? "
" 아니 안가. 그러니 희망이라던가 꿈 같은거 버려 "
" 그러지 말고 다시한번 생각하면 안될까? "
" 희망버려 "
" 애는 어쩌고? 아빠없는 아이로 만들꺼야? "
" 그럼 이혼해 "
".... "

난 침묵한다.
조금 잠잠한가 싶더니 또다시 이혼이라는 단어가 불거져 나온다.

" 당신이 내겐 필요해 "
" 뭐가? ??별? "
" 그것도 그렇지만... "
" 밖에 나가봐 길가는 놈 ?Q어. 아무나 붙잡고해 "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오는 내 무릎에 난 바짝 힘을준다.
겨울밤의 추위때문만은 아니라는걸 난 안다.
무릎의 떨림이 어깨로 팔목으로 나중에는 전신을 통증으로 몰아붙인다.
난 나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말을 받아치면 너무 비참해 금방이라도 심장이 멎을거 같아
길게 심호흡을 한다.

" 아이를 생각해. 애가 많이 어?M나고 있어 "
" 다 지 팔자야. 고만 끊어 "
" 저기 여보, 여보... 이화아빠 "

이미 끊어진 전화기에 대고 난 다급히 남편을 불러본다.
하지만 메아리조차 없는 대답은 뚜~뚜 거리는 기게음만을 뱉아낼뿐.

울지말아야지...
참아야지...
난 나야. 난...뭐든 잘해낼수 있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난 나를 다잡아 본다.


하루종일 밀린 집안일을 하다보니
내가 진정 주부인가? 싶다.
쌓여있는 먼지들에 냉장고에서는 하얀 쌀밥이 곰팽이가 피어가고 있고
내어놓은 음식쓰레기는 모두가 짖 물러져 있다.
동동거리며 쓸고 닦고...

작은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 고모 나 안가. 고모가 애좀 쓰시우 "
" 그래. 그래요. 대충하고 좀 쉬어요 "
" 나...가고싶고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하려 했는데 내가 가면 오빠가 안오잔우.
설령 온다해도 내가 있는 모습보면 다시 되돌아갈까봐 난 안가는 거라우. "
" 그래요. 몸 상해하지 말고 좀 쉬면서 대충대충 해요 "

시누이인들 마음이 편할리야 없겠지.
자기도 한 여자이고 한 남자의 아내인것을...

모질게 잡초처럼 짖밟히우고 뭉게어져도
대책없이 미련스러운 나는...
시어머님의 기일에 참석치 못하는 아쉬움보다
그리운 남편을 볼수있는 좋은기회를 놓치는것이 더 안타까운것은...
어리석음과 미련함에 극치를 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