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는 남몰래 무대에서 연습하는 옥미를 부러운듯이 보고 있
었다.가을 예술제를 시작 하면서 연극반 단원들은 마음이 설레
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누가 주인공으로 뽑힐것인지 결정이 나지
않아서 였다.얼굴로 따지자면 민이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만큼
빼어 났지만 연기력이 옥미보다 못 하다는것을 스스로도 시인 하
고 있었다.주인공은 학이다. 깃털을 뽑아 비단을 짜서 그것을 팔
아 생활을 하는데 그 비단을 본 장사꾼들이 남편을 졸라 더 많은
비단을 가져 오라고 졸라서 학인 부인은 점점 말라가고 그래도
사랑 하는 남편을 위해 제 한몸 희생하며 비단을 짜는 조금은 통
속적이면서도 눈시울을 자아내는 역할이였다.그러다 어느날 하늘
로 올라가는 그런 내용인데 연극반 아이들은 모두가 학을 연기
하고 싶어 마음속으론 안달을 하고 있었다.남편역할은 일찌감치
순주가 확정 되었다.그녀의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성격까지도 그
냥 그대로가 남자주인공을 다른 누구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그녀
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있어서 쉽사리 결정 되었던 것이다.선생님
은 대사를 민이와 옥미에게 동시에 외우게 했다.대사가 많은여자
역할인지라 민이와 옥미에게 연습을 시켜서 둘중에서 한명이 주
인공을 맡는다는 것이였다. 외모에서 뒤진다고 생각하는 옥미는
그날부터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쉬는 시간에도 방과후에도 맹
렬히 연습 했다.이번 예술제에 좋은 성과를 올리면 대학 갈때도
유리하고 무엇 보다도 자신이 극장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어 연극
을 해야만 그 다음 꿈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판단 했던 것이다.
오디션 날까지는 딱 일주일이 남았다.민이패와 옥미패가 나뉘어
졌다.모두들 나름대로 신경을 써 가며 상대 대사를 해 주는 아이
표정연기를 지도 하는 아이 마치 감독이나 된듯이 야단들이었다.
선생님이 두사람을 연습 시킨 이유는 연극반에서 언제나 팽팽한
라이벌이였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그 나름의 실력이 있다고 인
정 했기 때문이였다.그래서 연습 시간을 주고 일주일후 선생님들
앞에서 오디션을 보게 한 것이였다.대사는 물론 동작 하나 하나
에도 온 정신을 다쏟아 오디션을 치렀건만 선생님은 옥미의 손을
들어 주었다.이번 기회를 나의 것으로 해야 한다고 입술을 깨물
던 옥미는 민이의 부러움반 시기심반의 눈초리를 느끼며 그해 가
을의 예술제의 꽃이되여 극장무대에서 화려하게 연기력을 뽑냈다
기회는 찬스야 라고 맹 연습하던 민이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곧 자기 마음을 다독였다.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대학에 가서 꼭
옥미보다 유명한 배우가 될거야..그날밤 민이의 일기는 장문의
글이 되었다.그리고 일년후 민이는 대학에 합격했다.연극영화과
는 아니였지만 마음만 먹으면 부전공으로 공부 할수도 있었다.
옥미는 대학시험에 떨어졌지만 일년뒤에 드디어 전문학교에 들어
갔다.그리고 탈렌트 시험에 응시 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말았다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모인 곳에서 옥미는 제 자신이 초라 하기
만 했다.연기학원에서 어릴때부터 지도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부
지기수였다.자신도 남에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외
모가 여기서는 빛에가린 그림자 같았다. 그렇게 몇해를 보내다
결혼을 했다.미팅에서 만난 남자였다.여러모로 따뜻하게 신경 써
주는 남자는 은행에서 근무 했다.신혼의 달콤한 꿈을 꾸며 지내
던 어느날 옥미는 무심코 티비를 켰다.단막극이 시작되고 있었는
데 낯익은 얼굴이라 다시 살펴 보았다.아니 ,이럴수가 민이였다
요즘 한참 잘나가는 남자탈렌트와 연인 사이로 나오는것은 분명
여학교때 자신에게 주인공을 빼앗기고 연습실 모퉁이에서 지켜
보고 있던 그 민이였던 것이다.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 나가는것
을 느꼈다. 한참을 보고 있던 옥미는 경자에게 다이알을 돌렸다
여보세요? 경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옥미는 잠시 머
뭇거리다 목소리를 울렸다.얘 경자야 빨리 티비 틀어봐 .왜 나지
금 설겆이 하고 있어 .그녀의 남편은 지방 근무중이라서 아이와
둘이 지낸다.지금 민이가 나온다.빨리 틀어봐 ,뭐라고 알았어
내일 전화 할께.그리고 화면으로 눈을 돌리는데 입으로는 한숨
이 새어 나왔다.그 시절에 둘이서 맹렬히 연습하던때가 눈앞에
떠오르다 사라져 갔다.아직 자신의 꿈은 잊은것이 아니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직도 출구를 ?지못해서 헤메고 있는것만
같았다.지금이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자신있게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옥미였다..하나 하나 깃털을 뽑아주며 비단을
짜서 주던 학의 모습이 되어 옥미는 지금 극장무대에서 하얀 공
단 옷을 입고 [ 아름다운 두손을 가슴에 대고 , 아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데 또 비단을 짜야만 하나요, 하며 독백하던 그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젠 민이의 연기를 보며 뒤바뀐 인생길을
실감해야 했다.그때 옥미의 공연을 숨죽이며 바라보던 민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 역시 기회는 찬스라고 하던 그들의 말은
민이의 성공으로 이어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