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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반짝이던 진주--마리 포사--


BY 섬진강 2002-08-25

아무런 정보를 갖지 못한 영화를 선택할때,
어떤 기준으로 영활 고르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먼저, 내용을 훑습니다.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을 보고, 장르를 보고 그리고
포스터의 사진과 함께 짧막하게 나마 실린 영화평을
유심히 읽어 봅니다.

몇번인가는 집었다 놨다 했던... 마리포사'를 보기로
한건 아름다운 자연속에 서있던 두 주인공의 (늙은이와 어린소년)
모습이 온화하게 다가왔던 탓이고, 그리고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바 있는 마르께스가 추천한 영화여서 였습니다.

스페인의 한 시골마을에 몬초라는 8살난 아이가 있습니다.
호기심에 충만된 눈빛은 별처럼 반짝이고 마음엔 한가득
흐르는 강물같은 자유를 들여놓고 있는 학교에 가야할 아이가 있어요.

학교에 가기 전날밤.... 몬초는 잠을 이룰수가 없습니다.
학교란 어떤 곳일까... 선생님은 또 어떤 분인지...
그래서 자는 형을 깨워서 물어 봅니다. '안드라스, 선생님이
때리기도 해?' 별 생각없이 대답한 형의 한마디가
잠못드는 어린 소년을 더욱 긴장 되게 하지요. '그럼,,, 당연히
때리지..'
다음날,,몬초의 엄마는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는 어린참새'를
선생님께 부탁 드리고 돌아서지만
몬초는 잔뜩 겁먹은 얼굴입니다.
아이들이 떠들석한 소리로 아수라장인 교실이 더욱 몬초를
긴장케 했는지 선생님 앞에선 몬초는 그만 옷에 오줌을 싸고 맙니다.

그길로 교실을 뛰쳐나온 몬초가 밤중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몬초의 부모와 마을사람들이 몬초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글쎄, 그 어린 녀석은 그길로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을 다 했답니다.

선생님이 찾아오고 몬초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과를 합니다.
너를 엄마표현대로 '참새'라 불러서 미안하다며 아이손을 잡고 다시
학교로 갑니다.

그런 선생님, 그레고리오 같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었으면 하는 바램이 문득 일었던건 현실의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이 그러지 못한 현실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몬초는 진실하게 다가오는 선생님과 어느덧 친구가 되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듯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덧 제 자신이
그레고리오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봄이 오는 어느날, 선생님을 따라 나비를 보러 숲으로간 아이들
앞으로 초원에서 이꽃에서 저꽃으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무수히
춤을 춥니다. 참,,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아이들에게 나비가 어떻게
꿀을 빨아 먹는지를 조용히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
그런데 갑자기 몬초의 천식기가 발작을 하고 다급한 선생님이
아이를 안아 강가로 내려갑니다.
선생님이 아는 대로 아이를 물속에 한번 담갔다 일으킵니다.
아이가 말짱해 지고 젖은채로 집으로 온 선생님은 어느새 몬초의
가족과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양복장이 였던 아버진 마다하는 선생님께 양복을 한벌 해 드립니다.

아버지가 정성껏 지으신 양복을 낑낑대며 들고 가는 몬초의 얼굴은
의기양양함으로 반짝이고... 새양복을 입으신 선생님은 최고의 찬사를
바칩니다.. '너의 아버진 훌륭한 예술가시다. 이토록 멋진 양복은
처음이다..'고 칭찬해 주시며 몬초에게 책을 선물합니다.
너도 책을 읽을 때가 되었다 시며 건네주신 '보물섬'을 들고 아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꿈에 눈빛을 반짝입니다.
아, 그리고 잠자리채와 함께요.... 그래서 몬초는 선생님과 함께
'사슴벌레'를 잡고 '아이리스 나비'를 잡아 관찰하면서 어느덧
자연속에서 진리를 찾는 아이로 커갑니다.

영화는 몬초라는 귀여운 사내아이와 그레고리선생님에게
그 초점이 맞추어 진행되지만 그 당시의 스페인 정치상황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데요... 1930년대 스페인은 조금씩
민주주의가 싹이 트면서 공화파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파시스트가 공존하는 복잡한 정치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실천하시며 그 아이들에게
'자유의지'를 심어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휴식처 역활을 해주던 선술집 주인,
몬초의 짝꿍인 모끄의 아버지,
그리고 섹스폰을 연주하는 몬초의 형 안드레스의 동료이자
아코디언 연주자.... 그리고 시장님,,,, 그들은
공화파를 지지하며 마을사람들과 때론 흥겹게 때론
슬픔을 나누며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 마을은 언제나 평화로움이 넘치고
선생님으로 부터 참다운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아름답게 성장해 갑니다.

떠들석 했던 마을의 축제날... 사람들은 저마다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마을광장으로 모여듭니다.
이제 악단에서 섹스폰을 연주하는 몬초의 형 안드라스는 어느덧
훌륭한 섹스폰 연주자가 되어 마을광장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동안
멋진 연주를 해내고 있습니다.
환호성과 시끌벅적함이 묻어나는 축제의 중심에 귀여운 아이, 몬초도
때마침 만난 오로라와 어설픈 춤을 추어보이는 동안 이 마을엔 한껏
평화로움이 무르익는데....

정치상황이 긴급하게 바뀌고
어느날 밤 공화파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강제로 연행하는가
했더니 쿠테타가 일어났다는 방송이 흘러 나오자 마을은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옆집아저씨가 군인들의 군홧발에 무릎이 꺽이는걸 지켜보고
자신이 알았던 친근했던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현장을
지켜보는 몬초는 모든것이 혼란스럽습니다.

마침내 파시스트 들이 공화정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광장에
세우고 그걸 구경하려고 나온 마을 사람들 틈에 몬초의 가족이
불안한 시선으로 서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마을창고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했던
이웃사람들이 나올때마다 '반역자'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그 순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어쩔수 없었다 치더라도
그 안타까운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너무 힘들고 괴로워
아주 많이 울었습니다.

'자유를 잃는 것은 존재의 이유를 잃는 것이라'고 고별인사를
했던 몬초의 다정했던 친구인 그레고리 선생님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기에 더욱 ... 가슴이 메어져 왔습니다.

더구나... 엄마의 재촉에 못이겨 선생님을 향해 '빨갱이'라
외치며 그를 향해 돌팔매를 던져야 했던 몬초의 슬픈 몸놀림을
보는 순간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정치라는 게 뭔가 싶어서
마음이 한없이 착찹했었습니다.

숲에서 나비를 쫓던 어린소년이 친구와 함께 건너던
돌다리 주변엔 여전히 자작나무와 떡갈나무가 햇살아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는 청년의 뒤로
돌다리 아래를 흐르던 강물은 달빛에 고고했는데...
더 이상 평화로움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으니...

프랑코 정권의 독재아래 40여년을 숨죽여 살았던
스페인을 생각하며 문득 우리에게도 안타까운 역사가 있었음이
가슴아프게 다가오던 영화... 마리 포사...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를 본 감동이 깊어서 오늘은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볼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