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경석이랑 세라는 틈만 나면 싸운다.
그 이유의 절반은 세라 때문이다.
둘째라서 그런지 유난히 욕심이 많은 세란 항상 오빠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뺏지 않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아이다.
그런데 경석이는 또 뺏기면 어쩔 줄 모르고 징징 거리기만 한다.
나는 되도록 참견하고 싶진 않지만,
장난감 가지고 싸우면 결국 둘 다 못 가지고 논다.
없애 버린 것두 몇 개 되다보니깐 누구 하나 꼭 양보하는데
첨엔 경석이가, 나중에는 세라가,,그러다 보니 둘 다 타협점이
생기기 시작하기두 한다.
어쨌든 평소에 별루 그렇게 사이 좋은 남매는 아니지만,
경석이가 아픈 요즘, 이 비상시국에는 서로 그렇게 사이가
좋을 수 없다.
오늘,
링거를 꽂은 채 집에 온 경석이를 침대에 눕혀 놓았더니 세라가
동화책이랑 장난감을 죄다 가져가서 오빠 말 상대를 해준다,
물을 떠다 준다하며 놀아 주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경석이두
세라가 아플 땐 하는 거라서 그러려니 했다.
오후에 망가진 컴을 고치러 온 기사가 나랑 승강이 하는 중에
경석이가 쉬 마려워~~~라고 외쳤다.
-잠깐!
링거줄을 매달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서 깡통( 참, 아들이
이거 하나는 편리하다)을 대 줘야 하는데 얘기 하던 중이라서
잠시 머물렀었다.
그리고 가보니,
세라가 오빠 고추 밑에 깡통을 대주고 있었다.
웃기기도 하지만 나는 네살짜리 딸아이를 마구 마구 칭찬해 줬
다.
-업빠야, 흘리지 마~~
-응..
가끔,
둘이 이 세상에 그런 웬수가 없다는 듯이 꼬집고 상처내고 싸울
때는 화가 나기두 했었지만, 형제든 남매든 자매든,,
피를 나눈 동지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거 같다.
아파트 놀이터에서건, 병원에서건, 아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혼자인 아이들은 자기 형제가 있는 아이들한테 주눅들기 마련일
걸 보면 역시, 하나를 나아서 잘 키운 다는 것 보다야, 둘이나
셋이서 하나를 나눌 줄 아는 그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낫다는 생
각을 한다.
경석이는 경석이대로 세라는 세라대로 각기 성이 달라서 크면
조금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둘이 서로 위해 줄 줄도 아는 마음을 가졌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누나처럼 오빠를 위할 줄 아는 세라를 보면,
역시 여자애들은 조금 더 빠른 거 같은 생각도 든다.
남매라는 이름으로,서로 사랑하며,
우리 부부가 이 세상을 뜬 후에도 서로 아껴줘 가며
그렇게 살아 주면 정말 고마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