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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잘 사귀는 방법.


BY somjingang 2002-07-04

무지 덥습니다.
내일 '라마순'이라는 순한 이름을 달고 태풍이 우리나라까지
찾아 온다지요?
라마순이 아마도 비를 많이 몰고 올 모양입니다.
그러니 잔뜩 습기를 머금은 대기가 심상치가 않아 보이고
이토록이나 열이 오르도록 더운 모양입니다.
라마순이라는 이름처럼 그냥 순하게 이번 태풍이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가 그립습니다.

지난번에 배양토에 봉숭아 씨를 뿌렸더니만 그게
우수수 싹이 많이도 올라와서 오늘은(씨뿌리는
시기가 조금 늦었네요)그것들을 속아서 아파트 뒤란 화단에
심어 보았습니다.

벌써 연분홍이며 보라빛 하양색으로 예쁘게 꽃을 달고 수줍은 웃음을
흘리며 피어있는 봉숭아 사이로 이제막 싹을 틔운 봉숭아싹이
잘 자라서 지금 피어있는 봉숭아가 다 져버린 어느 허전한
늦여름에 갖가지 색으로 예쁘게 피어나는 일을 상상해 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잠시만 몸을 놀리면 이마며 등줄기에 땀이 솟아나곤 해서
영 찜찜하기 짝이 없지만 여전히 청소며 빨래며 집안일은
해내야 하고 아이들 재촉하며 숙제도 하고 낼모레면 있을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해야 해서 마음에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가는것만 같습니다.

한방상식을 들여다 보니 내체질인 소양인들이 대체적으로
여름을 힘들어 한다더군요.
그래서인지 부쩍 힘이 들어서 '어디 아파요?'하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합니다.
어디 딱히 아픈 구석이 없는데 기운이 없고
그저 누워만 있고 싶은 이 증상이 무엇일까, 여러모로 생각을
해 보지만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벌써 5달째 밤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집근처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속보로 걷기를 일주일에 다섯번
주말만 빼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건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건 내 의지라기 보단 함께 뛰고 있는 이웃엄마가
내 의지를 무너지지 않게 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역활을
해주어서 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비오는날만 빼고 다섯달을 뛸수 있는 내자신이
대견하기 보다 나의 달리기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는
이웃엄마가 참으로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늘 밟고 다니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운동장을 돌고 있는
동안은 잠시 자연속으로 들어와 있는듯해서 마음에 한줄기
여유로움마저 감도는데요, 오늘같이 더운날도 상쾌한 바람이
잊지 않고 불어주어서 제법 시원함마저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적당히 땀에 젖어 집에 돌아와
잠자는 아이들 이마에 뽀뽀를 하고
찬물로 샤워하는 그 기분!!

오늘도 달렸습니다.아니, 빠른걸음으로 운동장을
돌아오니 한시간이 지나 있습니다.
가지 말고 저를 재워 주라던 아들녀석도 얌전히 잠이
들었고, 책을 읽다가 잠을 잤는지 머리맡에 책이 펼친채로
잠이든 딸아이의 얼굴도 한없이 예뻐 보입니다.

덥고 습한 여름, 땀을 흘리고 운동을 하는것...
그것이 여름과 친해지는 방법이 될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